1천200억대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혐의...‘현대글로비스’ 경찰 조사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1천200억원 규모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매입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9일 인천계양경찰서에 따르면 실제 거래가 있는 것처럼 가장해 세금계산서를 허위 발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로 현대글로비스 회사 법인과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현대글로비스가 허위로 주고받은 세금계산서 규모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총 1천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금액 중 글로비스 관계자들의 배임혐의 적용 대상만 약 3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은 이들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외부에 7∼8곳의 유령회사를 만들어놓고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유령회사 중에는 주소지가 일반 아파트인 곳도 여럿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관행과 관련, 최근 정부의 규제강화 방침이 나오면서 거래선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수법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내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이 일정 기준(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이고, 내부거래가 연간 200억원 또는 총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이 23.2%, 정몽구 회장이 6.7% 지분을 보유해 이들 지분율을 합치면 29.9%에 달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선 ‘총수일가 지분 30%’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상장사 기준을 20%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오너일가 지분을) 29.9%로 낮추면서 규제에서 벗어난 기업이 다수 있고 정확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글로비스 매출 중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67%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려고 실제 거래를 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사는 이미 80% 이상 마무리 된 상태며, 현대글로비스 측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후 관련자들의 구속여부도 그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사업이 다양하다보니 어느 사업 부문에서 문제가 됐는지 파악 후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물류운송을 담당하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10억원,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15억 원을 출자해 지난 2001년 3월 설립했다.

 

지난 2007년에는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 의존도가 87%에 달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9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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