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우리라고 안 늙을 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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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가치를 가진 평등한 존재라는 인권에 대한 정의를 논하지 않더라도, 가장 극단적인 인권침해 형태인 ‘학대’를 받는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우리 사회에서 학대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두 대상이 있다.

 

바로 아동과 노인이다.

 

근래에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국가적 관심사가 될 정도로 모든 국민이 아동학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 뉴스에서 아동학대 기사에 대한 리플을 보면, 노인학대 기사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대부분의 리플 내용이 학대 가해자인 부모를 욕하면서 온갖 비난과 질책을 쏟아내고, 학대받은 아동에 대해서는 동정과 불쌍한 마음으로 하나같이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게 된다.

 

반면, 노인학대 기사에 대한 네티즌 반응을 보면 아동학대와는 다른 감정선을 느낀다. 올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6월15일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정해 법정일이 되면서, 최근 노인학대 기사가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고 있다. 이들 기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리플 내용을 보면, 노인에 대한 동정과 가해자에 대한 비난 내용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라고 하면서 “고집 세고 냄새나고 소리만 지르는 노인 맞아도 싸다”라는 등의 노인의 학대문제 원인을 노인에게 귀결시킨다. 또 “당신이 뽑은 정권에서 당신이 당하는 건 당연한 결과”라면서 노인학대 문제를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간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해석하는 글도 많다. 학대에도 차별이 있음을 느끼고, 노인복지 실천현장에서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냄새나고 고집불통인 그들,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노인들을 보면서 “우리는 늙어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세태라면 젊은 세대들은 나중에 노인이 되면 ‘초특급 슈퍼 꼰대’가 돼 젊은 세대들로부터 손가락질 받게 될 것이 자명한 현실임을 왜 인지하지 못할까. 지금의 노인세대보다 더 많이 배우고, 글로벌화된 정보화 사회에 살면서 인권과 권리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아는 그네들이 말이다.

 

1960년 국민총생산(GNP)이 70달러였던 우리나라가 2015년 2만8천달러가 되면서 55년 사이에 400배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냈고, 세계 11위 경제대국이 됐다.

 

얼마 전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국제시장’에서처럼 우리 아버지 세대는 6ㆍ25 전쟁을 겪으면서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월남에 파병전사로, 중동에 건설 역군으로 일하면서 기적을 일궈냈다. 그분들의 핏값과 몸값으로 이뤄낸 대한민국이건만, 이제는 자녀로부터 학대받고 국가로부터 버림받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런 현실에서 OECD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속에 경제대국 11위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된 현실 속에서 영화 ‘은교’의 한 대사를 되새겨본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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