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안정을 위한 농업인 월급제, 지자체 이자 부담이 발목, 확산세 주춤

농민의 생활 안정을 위해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농업인 월급제’가 지자체의 이자 부담으로 확산세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농산물대금 선지급제’라는 명칭으로 농업인 월급제를 지자체가 조례로 제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지난해 마련한 것을 감안하면 확산세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이다. 수확기에 목돈을 받는 데 익숙해 농업인의 호응도가 떨어진 것도 한 몫 했다.

 

11일 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농업인 월급제는 지난 2013년 화성시와 전남 순천시에서 처음 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난해 여주시 등 9개 시ㆍ군에서 시행했다. 올해는 안성시를 비롯해 전국의 18개 시군에서 농업인 월급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농업인 월급제는 농민의 연간 농업 소득을 일정 기간으로 나눠 해당 금액을 매달 농가에 지급하고, 농가는 가을 수확 후 받은 농산물 판매 대금으로 이를 갚는다. 원금은 농협이 지급하고 발생하는 이자는 각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한다. 

화성시만 예외적으로 시가 자체 기금을 마련해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36곳의 농가를 대상으로 했던 화성시는 올해 146농가에게 월 30만~200만 원까지 매월 월급형식으로 농산물 선대금을 지급한다.

 

도입한 지 4년 만에 전국 18개 시ㆍ군으로 확산했지만, 지자체나 농민들은 예상 밖으로 도입과 신청이 저조하다는 반응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비 또는 도비 지원이 없어 재정이 취약할 경우 이자 부담 탓에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와 농협이 이자율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견 조율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을에 수확해 목돈을 받는데 익숙한 농업인들이 월급제에 크게 호응하지 않은 점도 있다. 농업인이 선지급금을 받았지만, 수확을 기대만큼 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빚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 올해 처음 농업인 월급제를 시행한 안성시는 오는 9월까지 신청을 받는데 지난달 기준 신청 농가는 80 농가에 불과하다. 대상 농가(500곳)의 16%에 그친다. 지난해 농업인 월급제를 여주시에서는 올해 27농가에게 5~9월까지 30만~200만 원의 월급을 지급하는데 지난해(29농가)보다 오히려 줄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해 가뭄으로 수확 부진이 예상되면서 신청을 꺼리는 농가도 상당수”라며 “농업인의 생계 안정을 위한 제도로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많은 홍보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