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7중 추돌 사고를 낸 수도권 광역급행버스(M버스) 운전기사는 전날 18시간 이상 근무하고 아침에 또 출근해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하게 운전대를 잡은 시간만 16시간이었다. 운전기사는 오산에서 서울 사당동으로 세번째 운행에 나섰다가 사고를 일으켰다. 50대 부부가 그 자리에서 숨졌고 모두 8명이 부상을 당했다.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광역버스 운전기사들의 피로 누적과 집중력 저하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가톨릭대 사회건강연구소의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연구(2015)’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한다’고 답한 경기도 내 광역버스 운전기사가 전체 응답자의 70.1%에 달했다. 이들 중 18시간 이상 차를 모는 운전기사 비율도 15%로 조사됐다. 장시간 운전으로 경기도 내 광역버스 운전기사들은 서울시내 운전기사들보다 최대 61배 졸음 현상을 겪거나 집중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속 80㎞ 이상의 빠른 속도로 서울~경기 간 고속도로 구간을 오가는 광역버스의 경우 운전기사의 피로감·집중력 저하는 이번 사고처럼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서울~경기를 오가는 광역버스는 모두 163개 노선 2천132대다. 하루에 88만명이 수도권 광역버스를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버스 한 대를 운행하려면 운전기사 2.23명이 필요한데 현재 대당 1.7명 수준밖에 안된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제때 제대로 쉬지 못하는 현실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사업용 차량 운전기사들이 2시간 이상 운행 때 반드시 15분 이상 쉬도록 ‘의무휴식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하루의 마지막 운행을 마친 뒤에는 최소 8시간이 지나야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배차 시간을 맞추느라 휴식없이 바로 운전대를 잡다보니 피로가 누적돼 졸음운전도 하고, 난폭운전도 한다. 광역버스는 ‘시민의 발’이 아닌 ‘시한폭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을 위반할 경우 버스회사에는 최대 90일의 사업정지 또는 18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법 시행 4개월이 지났지만 실태 파악도 안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지자체는 인력 부족과 업계 반발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의무휴식제뿐 아니라 광역버스 입석금지 등 다른 버스 안전정책도 방치되고 있다. 서울처럼 버스준공영제(지방자치단체가 버스회사의 운수 손실을 보전하는 제도)를 실시하는 곳은 지자체가 버스업체에 권한을 행사하지만 준공영제가 없는 지자체는 업체에만 맡기고 있다. 경기도도 인력난 해소를 통한 안전한 버스 운행을 위해 버스준공영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시ㆍ군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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