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를… 학력제한 철폐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모든 근로자가 법에 보장된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세요. 직장인들이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세요.”(20대 직장인 여성)
국민마이크 앞에 선 시민들은 새 정부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수원시가 지난 6월16일부터 24일까지 운영한 ‘국민마이크 in 수원’에는 시민 265명이 참여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시와 수원영상미디어센터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국민마이크’까지 가기 어려운 시민을 위해 나혜석거리, 수원역환승센터, 화성행궁 광장, 만석공원, 남문 로데오거리 등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에 ‘국민마이크 in 수원’을 설치했다.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수원 곳곳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국민마이크 in 수원’도 운영했다. 학교, 광교산 등산로, 지동시장 등 10곳을 방문해 시민 의견을 인터뷰 형식으로 기록했다.
‘국민마이크 in 수원’에는 8살 초등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시민이 참여했다. 인근 도시 시민, 외국인도 있었다.
청각장애인 노윤애씨는 수화로 정책제안을 했다. 그는 “청각ㆍ언어장애인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면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브리핑할 때 옆에서 수화 통역사가 통역을 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청소년들도 어른들 못지않은 정책을 제안했다. 송양(11ㆍ영통구)은 “버스에서 검은 연기가 나와서 좋지 않다”면서 “친환경 자동차를 늘려달라”고 제안했다.
동물 학대를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의견을 낸 청소년도 여럿 있었다. 안양(16ㆍ장안구)은 “학교에서 내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수업은 못 듣고, 시험에 필요한 수업만 듣는다”면서 “‘내가 왜 여기에 있지’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아쉬워했다.
자녀가 발달장애인인 부모의 호소도 있었다. 23살 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한 아버지는 “우리나라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시설과 복지 서비스가 너무나 부족하다”면서 “부모가 세상을 떠난 발달장애인을 평생 돌봐주는 국가 차원의 보장체계가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워킹맘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효진씨(36ㆍ여)는 “시어머니와 친정엄마가 돌아가면서 아이를 돌봐주시고 계시다”면서 “직장인 엄마들이 육아 걱정 없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마이크 앞에 섰다. 한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에서 오래 살고 싶다”며 “고용허가제가 아닌 노동허가제를 원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외국인 노동자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 밖에 무명 문화예술인 지원, 청소년투표권 확대, 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 미세먼지 저감 대책 마련, 무분별한 개발 반대, 여성 취업 할당제, 남녀 출산휴가 의무제 등 다양한 제안이 쏟아져 나왔다. ‘국민마이크 in 수원’으로 수집한 시민 의견은 영상으로 만들어 국민인수위원회에 전달한다.
수원시 영상미디어센터 관계자는 “불만이나 민원을 이야기하는 시민도 가끔 있었지만 대부분 시민이 국민마이크 운영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건설적인 정책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명관ㆍ권혁준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