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갈치 풍년

김규태 사회부 차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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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가 돌아왔다.”

언젠가부터 국민 여행지 ‘제주도’를 찾을 때면 으레 피하는 생선 음식이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겉모습도, 맛도 아닌 그 생선은 정말이지 터무니 없는 가격에 제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곤 한다. 그 생선이 바로 갈치다. 일종의 바가지 상술로 뒤덮인 음식이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 소위 ‘돈 자랑’하는 음식의 선두주자 쯤이라고 해 둘까. 그런 갈치가 올해 풍년이란다.

 

▶얼마 전 지인들과 제주도를 찾았다. 바쁜 일과를 벗어나 모처럼 즐기는 여행.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먹거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앞서 모두들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해 장시간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주도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갈치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은빛이라고 하기엔 너무 빛바란, 탱글한 속살 대신 푸석한 식감은 점점 우리로부터 갈치를 멀게 했다. 더욱이 4인 기준 한끼라도 먹을 심산이면 십만 원이 훌쩍 넘는 그 가격에 더 이상 갈치 요리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음식이 아니라는 생각을 깊게 했다. 여기에 제주도민들의 한 마디는 갈치를 찾지 않는 이유에 방점을 찍었다. ‘중국산’

 

▶그런 갈치가 20년 만에 대풍이란다. 갈치의 주 조업 시기는 7∼9월. 제주도 연근해의 수온이 예년보다 높고 갈치 먹이자원도 풍부해지면서 갈치 어장이 많이 형성됐단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지역 4개 수협의 6월 갈치 어획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6월 갈치 어획량은 621t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2천951t까지 늘었다. 어민들 사이에서는 ‘20년 만의 풍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어릴적 어머니가 구워주신 통통한 갈치 한 점은 ‘밥도둑’이었다. 풍년으로 옛맛을 느끼게 하는 갈치구이를 도심에서도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20년 만의 갈치 풍년처럼 올해 우리 경제도 모처럼 대풍을 이뤄내 온 국민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꿈을 꾸며 오늘 저녁 밥상에서 오통통한 갈치 구이 한점을 만나길 기대해 본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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