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쫓아야 한다”며 세 살배기 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20대 싱글맘과 외할머니에게 검찰이 각각 징역 14년과 징역 8년 등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두 피고인에게 각각 치료 감호를 위한 수감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최호식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딸과 어머니인 A씨(26)와 B씨(50) 등의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치사) 위반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이처럼 구형했다.
두 피고인의 변호인은 “A씨는 전 배우자의 외도로 어머니 B씨의 집에서 지내면서 귀신 꿈을 꾸거나 환영을 보는 등 일상생활이 힘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린 딸까지 벽에 머리를 박고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는 등 이상 행동을 보여 아이 몸에서 든 귀신을 쫓아야 한다는 생각에 복숭아 나뭇가지로 때리게 된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죽은 딸이 꿈에 나타나 자꾸 안아달라고 하는데 엄마를 용서해주려는 것 같아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다음 생에서는 좋은 부모 만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A씨가 전 배우자의 잦은 폭언과 폭력 등에 시달렸고 호된 시집살이를 했다. 한때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며 “요새도 귀신 꿈을 꾸고 환영을 보고 있다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 동안 이천시 집에서 딸이 잠을 자지 않고 보채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한다며 어머니와 함께 딸의 팔과 다리 등을 복숭아나무 회초리와 훌라후프 등으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아이가 귀신에 씌었다’는 무속인의 말에 딸이 숨지기 직전인 같은 달 21일까지 음식을 주지 않고 물만 먹이는 등 학대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이혼한 뒤 어머니의 집에서 딸과 함께 거주해 왔다.
여주=류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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