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이 넘는 거북, 몸길이가 1.5m인 도마뱀…. 한 생물학자가 남아메리카 동태평양 한복판에 있는 섬에 상륙한 뒤 목격한 너무나 다른 형태의 동물들이었다, 그는 이내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1835년의 일이었다. 대륙의 동물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화된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 훨씬 시간이 지난 뒤였다. ‘진화론’은 이렇게 착상됐다. 생물학자 이름은 찰스 다윈이었고, 섬 이름은 ‘갈라파고스’였다.
수온은 15℃ 정도로 낮고, 적도에 있으면서도 산호초가 없다. 해수 온도가 낮아 25℃ 이하이고, 야자수도 자라지 않는다. 화산암질로 이뤄져 민물도 충분하지 않다. ‘갈라파고스’의 척박한 환경이다. 이 섬의 정식 명칭은 ‘콜론’이다. 터줏대감은 덩치 큰 거북들이다. 스페인어로 거북을 ‘갈라파고스’라고 부른다. 이 섬의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이후 생물 생태계는 이처럼 특이한 진화 현상을 갈라파고스에 빗대곤 했다.
갈라파고스는 경제 생태계에도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일본은 글로벌 전자업계를 이끌었다. 그랬던 일본의 전자산업은 지금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스마트폰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도 한참 뒤지고 있다. 까닭은 무엇일까. 기술이나 서비스 등을 국제 표준에 맞추지 못하고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하면서 결국 세계시장에서 고립됐기 때문이다. 경제 생태계에선 이 같은 현상을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정치 생태계에서도 갈라파고스 증후군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때부터 이미 예측 불허의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정치 생태계도 예외는 아니라는 얘기다. 아니, 벌써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ㆍ미ㆍ일 대북 공동선언에 박수를 보냈다.
안철수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 조작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바야흐로 국민이 정치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도 한순간에 곤두박질할 수도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처럼 어느 날 한 마리 곤충으로 변할 수도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