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병원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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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병원도 여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수익률은 낮고, 보건의료 인력의 구인난은 꽤 심각합니다. 생존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그래도 병원에 가장 큰 위험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환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일일 겁니다.

 

그렇다면 병원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병원의 경쟁력을 이해하려면 기업에서의 경쟁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들어 많이 파는 기업이라 하겠지요. 우선 ‘좋은 물건’이란 성능과 내구성이 뛰어나고 외관이 수려해서 보는 이의 구매 욕구를 일으킬 수 있는 물건을 말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제품의 이미지가 좋고 포장이 잘 되어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결국 알맹이와 껍질이 모두 좋아야 ‘좋은 물건’인데 의료업으로 따지면 정확한 진단, 확실한 치료와 같은 진료의 결과물이 ‘알맹이’에 해당하고, 고객만족이나 진료 외 서비스 등은 ‘껍질’에 해당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물건이 싸려면 생산과정에서 원가가 낮아야 합니다. 원가를 낮추려면 투입비용을 줄이거나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재료비와 같은 변동비는 비례적으로 증가하겠지만 고정비의 증가는 미미하여 결국 시간당 생산량이 늘어나면 제품의 생산원가는 낮아집니다. 수술을 예로 들면 30분 만에 끝마친 맹장수술이 한 시간 동안 시행한 맹장수술보다 원가가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많이 팔거나 팔 수 있어야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업종에서 이윤을 남기려면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합니다. 손익분기점(Break Even Point)은 판매량 손익분기점과 가격의 손익분기점이 있습니다. 가격이 고정되었다 가정하면 판매량이 얼마냐에 따라 손익이 갈리고, 판매량이 고정되었다면 가격의 높낮이에 따라 손익이 갈리게 되겠지요.

 

우리나라의 의료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일괄적으로 진료비를 정하기 때문에 가격이 고정된 대표적인 업종입니다. 즉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겨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이상 살펴본 기업의 경쟁력에 빗대어 병원의 경쟁력을 설명하자면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진료품질향상, 둘째는 원가 낮추기, 셋째는 환자고객의 확보입니다. 이 세 가지를 달성하기 위해 품질관리, 마케팅관리, 수지예산관리, 인사노무관리 등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수많은 관리를 합니다.

 

그런데 의료는 의사의 오더를 통해서만 의료행위를 개시할 수 있는 독특한 업종입니다. 의사가 진료를 수행할 때는 제조업으로 치자면 생산, 판매, 품질관리, 수익성 제고, 인력운용 등 다양한 임무를 혼자서 수행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말하자면 의사직종은 멀티 플레이어인 셈입니다. 게다가 환자들과 직접적인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상담과 조언까지 하는 카운슬러 역할도 합니다.

 

이처럼 진료에 있어서 의사의 역할이 절대적이어서 어찌 보면 의사의 경쟁력이 곧 병원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병원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의사 경쟁력’ 향상에 필요한 경영적 지원과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영호 좋은꿈 한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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