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세종시와 ‘자전거 타는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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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영화감독 빅토리오 데 시카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자전거 도둑’이 첫 상영을 한 1948년쯤만 해도 자전거는 참 귀한 존재였다. 자전거를 가족 생계수단으로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이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 아들과 함께 로마 골목을 누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애환을 통해 영화는 현대인의 물질만능과 도덕적 타락상을 사실적으로 고발한다.

 

이처럼 가난한 서민들의 생계수단이던 자전거는 이제 도시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가령 우리나라는 자전거가 갖는 교통부담율은 전체교통량의 2.16%에 불과하지만 독일은 10%에 이르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은 14%, 그리고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27%를 차지하고 있다. 인근 덴마크, 스웨덴도 비슷하게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우연히도 이처럼 자전거를 많이 타는 나라들의 국민행복지수도 세계적으로 가장 높고, 사회복지도 잘 되어있다. 행복지수가 높고 사회복지가 잘 되어서 자전거를 많이 타는 것인지, 자전거를 많이 타서 행복한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모두 다 사실이다.

 

사실 네덜란드나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을 다녀온 사람들은 누구나 거리를 가득 메운 자전거 행렬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는다. 심지어 국회의원들 마저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모습에는 눈을 크게 뜬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번쩍이는 대형 검정 세단에 비서를 거느리고 다니는 모습만 보아온 탓이다. 특히 덴마크 국회의사당 주차장에 가득 세워진 것은 승용차가 아니라 오히려 자전거라는 사실에는 절로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도 자전거 타는 국회의원으로 화제가 됐던 사람이 있다. 17대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박찬석씨. 그는 경북대 총장 때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여 뉴스가 되곤했는데 2005년 국회에 들어와서도 ‘자신은 자전거를 위해 국회에 들어왔다’고 할 정도였다. 아쉽게도 그 이후 자전거 타는 국회의원 이야기는 이어지질 못했다.

 

하지만 지금 공론화되고 있는 세종시로 국회 분원이 이전된다면 앞으로 세종시에서는 자전거 타는 국회의원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세종시에서는 ‘자전거타기 좋은 도시’를 적극 추진, 52.4%에 달하는 풍부한 녹지공간을 살려 세계 최고의 자전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어디서나 손쉽게 자전거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을 것 아니냐는 것.

 

특히 정부청사가 있는 신도시는 자전거 교통분담율이 20%에 달할 것으로 보여 북유럽 수준이 된다는 전망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자전거 도로망 확장, 특히 수변공간에 ‘자전거 고속도로’를 설치하게 되면 오히려 북유럽을 능가하는 쾌적한 자전거 천국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세종시의 평탄한 지형과 금강을 끼고 있는 수변도로, 그리고 평균 3㎞의 통행거리 이내에 정부청사는 물론 상업ㆍ공공시설 등 주요시설이 전개돼있다는 점이 모두가 자전거를 이용하기 좋은 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세종시에 있는 정부청사 공무원들의 자전거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음이 이런 인프라의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온실가스의 21%가 교통량에서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지구를 살리는 환경운동 차원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자전거 타는 시대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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