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다른 회사 번호로 공시…해당업체 “우린 그쪽 계열사 아냐”
에너지기업 삼천리의 계열사 정보 중 일부가 잘못 공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지난 1분기 기준 삼천리 계열사 중 하나인 금성개발의 사업자등록번호가 잘못 기재됐다. 다른 사업자의 번호를 그대로 쓴 것인데 이 사업자의 이름도 금성개발이며 24년 가까이 영업 중이다.
사업자등록번호는 국세청이 관리하고 고유의 식별번호여서 같은 번호를 다른 사업자가 사용할 수 없다. 삼천리 측의 단순 실수인지, 전산 오류인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기업 공시에서 주요 사항에 대해 누락이나 오류가 있으면 투자자와 취업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금융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한다.
삼천리의 1분기 보고서를 보면 계열 회사에 금성개발이 등장한다. 회사는 1980년 3월 이만득 삼천리 회장이 직접 창업했고, 설립 이후 바로 삼천리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지난해 4월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만득 회장이 주식 27.5%, 이만득 회장의 조카인 이은백 삼천리 부사장이 지분 22.5%를 보유한 비상장 친족회사다.
주소는 부산광역시 금정산이고, 사업은 관광사업·부동산업·조림업 등으로 등록됐다. 이만득 회장이 초대 대표를 역임했고, 삼천리의 손원현 부사장과 길형도 전무이사가 금성개발의 이사로 등기된 상태다. 하지만 이 회사는 1998년 7월 폐업하고 사업을 하지 않는다. 삼천리는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에 소속돼 있었고 이에 따라 오너 친족 회사의 정보를 공시해왔다. 올해 삼천리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지만 사업보고서에는 아직 금성개발의 존재가 나온다.
삼천리 관계자는 “폐업된 회사가 맞다”면서 “공정위 대기업 지정에 따라 기재된 것이다”고 말했다. 폐업된 지 20년 된 회사를 계속해서 계열사로 포함하는지 여부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법인이 청산되지 않는 이상 계속 계열사로 포함된다”고 답했다.
폐업된 금성개발의 사업자등록번호는 301-8○-1○○○○다. 이 번호는 국세청에서 일반 과세사업자로 나온다. 상호와 사업자등록번호가 같지만 다른 금성개발이 실제로 존재한다. 이 번호의 실제 주인은 충북의 금성개발이다. 이 회사는 1994년 설립돼 충북 진천군 문백면에서 레미콘 사업을 영위하는 상태다.
충북의 금성개발은 부산의 금성개발과 상호만 같지 별개의 회사다. 법인번호, 대표이사, 임원, 사업장 주소, 주주 등에 관한 사항은 전혀 다르다. 충북의 금성개발 관계자는 “그 사업자번호는 우리가 전부터 쓰던 번호다”며 “우리 회사는 삼천리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담당자의 실수일 것으로 추정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해도 그 번호를 다른 업체가 쓸 수 없다”며 “등록 관련 사항은 전자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수가 나오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회사 측의 단순 실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사업자번호는 중복될 수 없다”며 “전산을 통해 자동 부여되기에 같은 번호를 두 회사가 동시에 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충북의 금성개발은 삼천리 계열사로 오인당하기도 했다. 잘못된 정보가 구직자에게 전달된 것이다. 모 취업 사이트에서 금성개발의 회사 정보를 보면 업종과 주소는 충북의 금성개발로 돼 있지만, 소속 기업은 삼천리그룹으로 게재돼 있다. 이에 대해 충북의 금성개발 관계자는 “삼천리와 관계가 없어서 우리 쪽에서 (삼천리그룹 소속 기재를) 요청한 적이 없다”며 “왜 잘못 기재됐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사업자등록번호 중복은) 우리 측에서 단순 입력 실수로 생긴 오류다”며 “다음 사업보고서에는 정확한 정보를 기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시에서 주요 사항을 빠뜨리거나 오류를 낼 경우 제재를 받는다”며 “이 사항은 그럴 경우는 아니지만 삼천리 측이 시정조치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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