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만 해놓고… 지원·홍보는 ‘나 몰라라’
“정부와 지자체가 ‘착한가격업소’ 지정만 했지, 실제 소상공인에 대한 상생 방안 등의 정책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27일 오전 10시30분 인천 남동구 장승백이 전통시장(前창대시장) 입구 앞.
시장 옆 100m 거리의 골목엔 ‘착한가격업소’ 로 3곳(커피숍 1곳,만두와 칼국수 음식점 2곳)이 지정돼 있었다.
이들 업소 문 앞엔 행정자치부(現 행정안전부)와 인천광역시 남동구가 지정한 물가안정 모범업소입니다라는 착한가격 모범업소 표찰이 붙어있었다.
10년전 가격을 고집하고 있는 ‘류가네 음식점’ 유인갑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의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만큼 좋은 재료로 만들어 싸게 팔고 있지만 운영상 어려움이 많다 ”라고 말했다.
이 음식점 메뉴판에는 칼국수와 냉면 등 대부분의 메뉴가 5천원, 가장 비싼 메뉴는 6천원(떡만두국)인데, 쌀과 김치 등은 모두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다.
이날 점심시간 중에 가게를 찾은 5천원짜리 혼밥족부터 20여명 손님 대부분이 카드로 결제했다.
유 대표는 “손님 대부분이 카드결제를 하는데, 음식값의 2.5%~3.5% 가량의 카드수수료가 부담된다”며 “카드수수료를 내고 나면 실제 칼국수 1그릇 가격은 4천800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최근 배추 1통에 5천원까지 치솟아 현재 가격을 지키기가 버겁다”고 말했다.
오후 2시께 남구에서 동방세탁소를 운영하는 진영석대표도 지난 2012년 착한가격업소 지정후 단 한번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이곳의 양복1벌 드라이 비용은 5천원이었다.
진 대표는 “착한가격업소 지정이후 세탁업협회 등에서 저렴한 가격을 받는다는 이유로 욕을 먹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착한가격업소에 대한 동종업계의 인식변화를 위한 홍보를 적극 추진해 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착한가격업소 지정을 취소한 남구에서 김씨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임충선 대표는 “손님들이 착한가격업소 지정 표찰에 대한 인식이 가격만 싼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최근 지정을 취소하게 됐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착한가격업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개선에 적극 나서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남구 관계자는 “작년까지 착한가격업소에 50리터 쓰레기봉투 지원과 관련, 업소들의 민원이 발생해 올해부터는 20리터쓰레기 봉투를 지원하고 있다”며 “착한가격업소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는데 앞으로 더욱 신경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가 착한가격업소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어플을 제작했으나 아이폰은 접속시 어플이 다운로드 되지 않는 등 지난 2015년 이후부턴 착한가격업소에 대한 홍보가 멈춰있는 상태다.
허현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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