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라는 이유로 끝없는 희생 이제 동두천의 권리 찾아주자
시국이 어수선하다. 연일 쏘아대는 북한 미사일 실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그리고 국론 분열, 여기에 미·중간 극한 대립과 갈피 못 잡는 한국…. 쏟아지는 뉴스만 봐도 어지러울 정도다. 당장 뭔가 터져도 어색하지 않을 전개지만 이상하게 우리 머릿속엔 온통 휴가계획만 가득하다.
사실 우리 마음에는 ‘저러다 말겠지’라는 인식으로 강하게 면역돼 있다. 지금의 혼란은 지난 반세기 동안 늘 있던 패턴이기도 해서다. 우리는 과거 경험상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란 합리적 결론을 진작에 냈다. 해결에 답 없는 골칫거리인데 뭣 하러 정력을 낭비하나 싶은 심정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지나갈 일, 지금의 평온함을 깨트리면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견고하다. 오늘날 안보는 어느새 ‘터부(Taboo)’가 된 듯하다. 안보정책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조선시대 어명과 같다. 병역비리 등 불순한 의도에는 철퇴를 가하는 한편 약간의 다른 의견은 ‘틀렸다’며 역적 취급을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니 희생은 당연해 보인다. 피해 호소는 자칫 ‘안보를 깨트리려는 행동’으로 매도되는 분위기다.
이는 미군기지촌인 동두천의 이야기다. 이곳은 미군기지 주둔 및 이전으로 인해 지역경제 침체 등 안보란 이유로 67년간 숨죽여 희생해 왔다. 기자가 이번에 처음 간 동두천은 ‘유령 도시’처럼 도시 전반이 무기력했다. 우리는 이곳을 두고 ‘미군부대가 있어 든든하다’고 안심한다. 덩달아 그들의 하소연에는 이중 잣대로 ‘그럼 어쩌자고, 한·미동맹에 반발하는 거야?’라는 따가운 눈총도 보내기도 한다.
최근 미군 사령관이 동두천에 애초 약속한 부대 철수를 무기한 잔류 연장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안보가 이유다. 그래 좋다. 이제는 계속해 질질 끌려다니는 9만 명의 희생을 강요하는 터부를 깰 필요가 있다. 국민의 정당한 권리다.
그래서 제안한다. 동두천과 같은 상황의 평택은 희생의 권리로 받은 19조 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뤘다. 평택에 보였던 관심과 정당한 대가. 동두천은 그것 하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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