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에게 물놀이 즐기라니…
안산온마음센터, 유가족 대상 수상레저 축제 기획
“치유센터 맞나” 가족들 강력 반발하자 행사 취소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이 여전히 차가운 바닷속에서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가운데 유가족들을 보듬어야 할 치유센터가 되레 ‘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들을 초대(?)하는 대규모 ‘물놀이 축제’를 기획, 물의를 빚고 있다.
유가족들의 강한 반발에 주최 측이 뒤늦게 행사를 취소했지만 수년 전부터 비슷한 행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나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1일 안산온마음센터 등에 따르면 안산온마음센터는 오는 8일 가평 북한강변 B종합레저타운에서 세월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핫썸머 수상레저’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안산온마음센터가 지난달 31일 유가족 400여 명을 대상으로 발송한 축제 참여 독려 문자메시지가 문제가 됐다. 해당 문자메시지는 ‘무더운 여름, 가족과 함께 북한강변의 시원한 자연바람을 맞으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수상레저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니 신청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유가족 상당수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416 가족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물만 보면 아이 생각에 가슴이 찢어질 듯한데 물놀이라니 화를 억누를 길이 없다”며 “이게 정말 치유센터라는 곳에서 기획한 행사인지 묻고 싶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센터 측은 지난해와 2015년에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 참가 유가족들의 만족도가 높아 재차 추진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행사 참가자는 세월호 생존자 가족 등 30~40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 수가 800여 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5%가 채 되지 않는 유가족의 의견을 듣고 무리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전문가들도 안산온마음센터 측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정태영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물을 접하게 하는 것은 역효과를 일으킬 뿐”이라며 “똑같은 고통을 다시 느끼게 하는 행동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라우마 극복이 목적이었다면 단계별로 차근차근 접근했어야 하는데 이 같은 방식은 오히려 유가족들을 괴롭히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안산온마음센터 측은 부랴부랴 행사를 취소하는 한편 유가족들에게 사과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안산온마음센터 관계자는 “모든 유가족분들의 아픈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은 깊게 반성하고 있다”며 “사려 깊지 못했던 결정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추후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안산온마음센터는 경기도가 40억 원의 예산(국비 50ㆍ도비 50%)으로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 위탁을 맡겨 운영하는 유가족 트라우마 치료 지원 공간이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설립돼 피해자 유가족, 친구, 생존 학생 등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기획ㆍ운영해 오고 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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