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유가족에 물놀이라니 ‘잔혹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 넘었지만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트라우마는 계속되고 있다. 사고 직후 느꼈던 극도의 공포와 불안 증세를 여전히 떨치지 못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 상당수는 심신의 안정을 되찾는 추세지만 일부는 약물ㆍ상담 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내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트라우마 치료는 안산온마음센터(안산정신건강 트라우마센터)에서 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국ㆍ도비 40억원을 들여 설립돼 피해자 유가족과 생존자, 단원고 학생 친구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기획ㆍ운영해 오고 있다.

안산온마음센터가 최근 ‘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한 ‘물놀이 프로그램’을 기획, 논란에 휩싸였다. 유가족들의 강한 반발에 행사를 급히 취소했지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안산온마음센터는 8일 가평 북한강변에서 세월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핫썸머 수상레저’ 축제를 개최 예정이었다. 이에 센터는 지난달 31일 유가족 400여 명을 대상으로 ‘무더운 여름, 가족과 함께 북한강변의 시원한 자연바람을 맞으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수상레저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니 신청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유가족 상당수는 즉각, 강력 반발했다. ‘지금도 물만 보면 아이 생각에 가슴이 찢어질 듯한데 물놀이라니’ ‘세월호 유가족들이 수상레저를요? 진심입니까?’ ‘온마음센터는 치유센터가 아니라 잔혹센터인가?’ 등의 항의 글이 쏟아졌다.

센터 측은 물에 대한 트라우마 극복을 돕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사려 깊지 못한 결정이었다. 물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물에 접근하게 하는 것은 역효과를 일으킬 뿐이라는게 전문가 의견이다. 트라우마 극복이 목적이었다면 단계별로 차근차근 접근하는 게 맞다. 유가족의 의견도 사전에 충분히 수렴했어야 했다. ‘핫썸머 수상레저’는 기획 자체만으로도 유가족에게 상처와 고통을 주는 졸속이었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트라우마 치료는 계속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자살 등이 우려되는 고위험군도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유가족의 아픔과 고통을 보듬고 지속적으로 돌봐줘야 한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다.

현재 안산온마음센터는 4·16세월호참사 피해자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후 5년인 2020년 3월까지만 심리치료비가 지원된다. 그 안에 모든 트라우마가 치료되기 어려울 수 있다. 기한을 늘려서라도,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온마음센터도 이번 같은 황당한 해프닝이 벌어지지 않도록 여가활동 보다는 전문적 심리치료 등 내실있는 프로그램 운영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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