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숙세트 19만원?… 도 넘은 피서지 바가지요금 ‘왕짜증’

백숙세트 19만원… 골방수준 객실이 하루 24만원

▲ 본격적인 휴가철이 찾아온 가운데 도내 일부 피서지에서 극심한 바가지요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모처럼 쉬러 온 휴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진은 양주시 송추계곡의 한 음식점 메뉴판. 수습 정금민기자
▲ 본격적인 휴가철이 찾아온 가운데 도내 일부 피서지에서 극심한 바가지요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모처럼 쉬러 온 휴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진은 양주시 송추계곡의 한 음식점 메뉴판. 수습 정금민기자
5일 정오께 양주시 장흥면 송추계곡. 가족들과 계곡에 발 담그고 놀며 보양식까지 먹으려 했던 피서객 A씨(43ㆍ여)는 가격표를 본 뒤 계곡 꼭대기에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한 상에 19만 원이라는 가격이 말이 되느냐”면서 “가족들과 휴가를 즐기러 계곡을 찾았는데, 아무리 성수기라도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다”고 토로했다. 

A씨가 들린 J 식당은 4인 이상 가족을 대상으로 한 백숙 세트를 19만 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삼겹살 등 모둠 구이와 도토리묵 등이 더 나오긴 하지만, 일반 식당에서 백숙이 5만 원 안팎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4배에 가까운 ‘바가지요금’이다.

 

이런 상황은 계곡 하류부터 상류로 올라갈수록 심해졌다. 계곡 초입에 위치한 식당들이 1~2만 원 비싼 7만 원가량에 백숙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피서객들이 몰리는 상류 쪽 식당들은 그보다도 비싼 10만원 가까운 금액을 받는 것. 들뜬 마음으로 계곡을 찾은 피서객들은 이곳 식당들의 ‘도를 넘은 상술’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가운데 일부 해수욕장과 계곡 등 피서지에서의 바가지 상술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뿐만 아니라 민박, 펜션 등 숙박업소에서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영업이 성행하고 있어 피서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도내 대표 해수욕장으로 꼽히는 화성 제부도와 궁평리 일대는 숙박업소들이 ‘바가지 영업’으로 피서객들을 조롱하고 있다. 일부 펜션과 민박들이 오직 전화로만 요금을 안내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일부 피서객들은 가족들과 직접 와서 방을 보고서야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평소 10만 원 수준에서 형성되는 숙박료는 최근 20~30만 원까지 치솟았다.

 

실제 G펜션에 방을 잡은 B씨(49)는 ‘골방’ 수준의 열악한 객실에 하루 24만 원의 숙박료를 내야 했다. 함께 놀러 온 가족들 앞에 민망함을 감출 길이 없었지만, 다른 방을 구하기에도 늦은 상황이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B씨는 “성수기라 부르는 값으로 예약했는데 막상 와보니 과거 여인숙보다 못하다”며 “바가지요금 탓에 이번 휴가는 망쳤으며,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피서철 바가지요금을 제재할 만한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음식점이나 숙박 업소의 경우 가격을 명시만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업소별로 업주 판단에 따라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이를 제재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명시된 가격보다 높게 받는 경우는 단속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수습 정금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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