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군은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에 최후의 보루이다. 군이 부패하고 기강이 해이하고 병사들이 지휘관을 불신하게 되면 아무리 최신의 무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특히 지휘관이 지니고 있는 권위·책임감·신뢰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이를 통해 군의 사기가 결정된다.
최근 발생한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부부와 관련된 공관병에 대한 갑질행태는 참으로 입에 담기 부끄러울 정도로 부패한 군의 실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군의 사기가 왜 추락하였는지 짐작된다. 지난 금요일 발표된 국방부 중간 조사 결과에 의하면 박 사령관 부부는 공관병들을 쉽게 부르기 위해 손목시계 형태의 호출 벨을 채웠는가 하면, 사령관 아들 빨래를 시켰으며, 텃밭 농사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심지어 부엌 칼을 도마에 세게 내리쳐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면회를 온 공관병 부모들을 비하하는 발언까지 했다고 하니, 과연 이것이 군 최고사령관 부부가 할 수 있는 언동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이런 공관병에 대한 비인격적이며 치졸한 행태는 공관병으로 근무했던 전역 사병이 언론에 공개적으로 증언했을 뿐만 아니라 국방부 조사에서도 일부가 사실로 확인되어 한국군의 치부가 드러났다. 국방부는 군 검찰에서 더 조사한 후 필요하면 민간 검찰에 사건을 넘기겠다고 했다. 또한, 모든 공관병을 대상으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군에서 거의 공개적으로 행해지던 잘못된 지휘관들의 갑질행태가 박 사령관 부부 사건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공관병 뿐만 아니라 유사한 직책에 근무하는 다른 병사들에게도 이런 갑질행태가 있었을 것으로 보여 박 사령관 부부의 행태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실제로 박 사령관 부부 갑질행태가 보도된 이후 언론과 시민단체에는 유사한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일부 지휘관의 경우, 공관병은 물론 지휘관실에 복무하는 병사를 하인 취급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우선 철저한 실태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 이번 군의 조사도 군 자체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직접 조사가 아닌 ‘셀프조사’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불신을 받고 있다. 군의 특수성만 강조, 적당히 형식적인 조사를 해서 용두사미로 마무리한다면 잘못된 지휘관의 군 문화를 변화시킬 수 없다. 민간전문인사가 참여하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철저하게 조사, 관련자는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국방부장관은 국민에게 사과함은 물론 더는 이런 갑질행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된다. 우선 운영되고 있는 공관병 제도를 폐지하여 일선부대로 복귀시켜야 한다. 이번 사건을 군 문화 개혁의 계기로 삼아 병사들이 신성한 국방의무를 자부심을 가지고 수행하도록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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