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건설 관리 수준 그야말로 엉망이다”

김호현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장의 말이다. 현대건설(주)의 힐스테이트 태전 신축공사 현장 얘기다. 김 지청장이 이 말을 한 것은 3일 기자 간담회에서다. 기자 간담회는 공사 현장에 대한 지청의 사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본격적인 조사는 7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다. 사전 조사는 이 조사에 앞서 사고 현장 보존 등 기본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김 지청장은 작심한 듯 현대건설의 하청업체 관리를 비난했다.

그도 그럴게, 힐스테이트 태전 신축 공사현장은 차라리 ‘죽음의 공사장’을 연상케 한다. 지난달 29일 리프트 해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이 숨졌다. 타고 있던 리프트가 7층 높이에서 추락하면서 당한 변이다. 이게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는 5개월 사이에 두 번의 사고가 나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1년여 남짓한 기간에 5명의 근로자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근로자들 사이에 ‘죽음의 공사장’이라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전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안전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느냐다. 김 지청장의 탄식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경악이다. 작업지휘자를 선임해 배치했어야 하지만 지키지 않았다. 추락 방지를 위해 작업자와 연결된 구명줄을 작업장 위 발코니 난간대에 연결했어야 했는데 안 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 규정 위반이다. 본격적인 정밀 조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 정도다.

지청은 사고 직후 공사 현장에 대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지극히 당연하고 정당한 결정이다. 1년여 사이에 5명의 근로자가 죽어나간 현장의 공사를 그대로 진행시켜선 안 된다. 더구나 조만간 수많은 주민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어느 구석에 치명적인 안전 미비가 숨겨져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자칫 상상하기도 싫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건설 스스로 초래한 불신이다.

일부에서는 입주 지연에 따른 회사 측 손해를 얘기한다. 회사 측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모종의 협의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사실이라면 큰 일 날 소리다. 아직 현장 책임자에 대한 사법처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밀 감독은 이제야 시작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측 불이익 등을 입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고용노동부는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야 하고, 회사 측은 모든 조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의 생계를 위한 것이라면, 안전사고 예방은 근로자의 생명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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