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골프에 유흥비까지, 노인요양시설 지원금 쌈짓돈인가

노인요양시설의 운영비를 빼돌려 멋대로 쓴 시설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치매·중풍 등의 질환을 앓는 노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노인요양시설은 운영비의 80%를 시설 급여 명목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원받는다. 이 지원금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타고, 골프를 치고, 나이트클럽 유흥비 등으로 썼다니 황당하다.

경기도 감사관실이 지난 5월 15일부터 한 달간 도내 28개 시·군 노인요양시설 216곳을 대상으로 회계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135곳에서 305억여원의 회계부정이 적발됐다. 조사대상 기관의 절반이 넘는 곳에서 지원금이 운영자들의 쌈짓돈으로 사용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성남의 한 요양원은 2015년 7월 벤츠 승용차를 리스한 뒤 보증금 5천171만원과 월 사용료 328만원을 시설운영비로 충당하고 보험료와 유류비 7천700여만원도 지원금으로 지출했다. 이 요양원 대표는 나이트클럽 유흥비, 골프장 이용료, 개인여행비 등 1천800여만원도 시설운영비 카드로 집행했다. 수원의 한 요양원 대표도 2014년 7월부터 최근까지 시설운영비 1천400여만원을 성형외과 진료비, 골프장 이용료, 가족 의류와 장난감 구입비 등에 쓴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의 한 요양원은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허위 등록해 급여 1억2천여만원을 부당 지급했다. 남양주의 한 요양원은 운영비를 대표자 개인 계좌로 이체해 카드결제 대금으로 2억9천여만원을 사용했다.

몇 가지 사례에서 보듯 노인요양시설들의 회계 부정은 파렴치하다. 도덕적 해이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노인요양시설 상당수도 그럴 것으로 추측된다.

노인요양시설들이 정부 지원금을 사적 용도로 멋대로 쓰는 건 허술한 제도 때문이기도 하다. 사회복지사업법은 노인요양시설에서 발생한 회계 부정에 대해 두 차례에 걸친 개선 명령만 규정하고 있다. 영업 정지나 형사 고발 등 행정·사법적 처벌은 개선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요양원 대표들은 마음만 먹으면 지원금을 멋대로 사용해도 법적 책임을 지지않을 수 있다.

복지예산의 누수는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 부적정한 방법으로 복지 예산을 사용하다 적발돼 환수된 금액은 지난해 771억 4천여만원이나 된다. 경기도도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노인요양시설 대표들이 사적으로 사용한 8억6천여만원을 환수 조치할 예정이다.

그동안 제대로 환수되지 못한 채 누수된 복지예산이 꽤 많을 것이다. 정부는 전국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운영 실태를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 복지 예산이나 지원금이 사적으로 부당하게 사용됐다면 환수 조치하고, 비위 관련자는 엄중 처벌해야 한다. 앞으로 치매관련 예산 등 노인시설 지원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 복지 예산의 누수를 막고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게 하려면 철저한 관리ㆍ감독과 함께 제도적 강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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