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총장의 수사심의위원회 구상에 대하여-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원회 신설을 예고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 대해 수사ㆍ기소 전반에 걸쳐 외부 전문가들이 심의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에 대한 개선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수사 과정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해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난에도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결단인 것으로 보인다. 취지가 옳다. 검찰권에 대한 감시를 스스로 자임하는 문 총장의 자세를 평가한다.
다만, 제도 도입에 유념해야 할 조건 한두 가지를 강조해두려 한다. 대상 사건을 선택하는 권한이 지나치게 검찰 판단에 맡겨선 안 된다. 문 총장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자의로 해석될 여지가 농후하다. 심의 영역을 ‘수사ㆍ기소 전반에 관하여’라고 설명한 부분도 애매모호하다. 수사는 ‘첩보-내사-수사’의 복잡한 단계로 이뤄진다. 어느 단계에서 심의할 것인가가 검찰 판단에 좌우될 여지가 크다.
이미 검찰시민위원회라는 제도가 있다. 2010년 발족했다. 검사 성 접대 사건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었다. 도입 취지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문 총장이 설명한 수사심의위원회 도입 취지와 거의 같다. 이후 검찰시민위원회에 회부되는 사건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검사의 편의를 위한 심의회부, 판결에 근거로 활용하기 위한 심의회부가 많다.
교통사고 사망의 직접 원인을 물었던 아이돌 스타 D씨 사건, 졸피뎀 복용 여부를 물었던 뮤지컬 스타 S씨 사건 등이 검찰시민위원회 심의의 전부는 아니잖은가. 그런데 시민들은 그렇게 안다. 검찰시민위원회가 다룬 사건 가운데 공무원의 뇌물 범죄는 5%에도 못 미친다. 검찰의 인지 사건 전담부서라 할 수 있는 특별수사부 사건이 위원회에서 유독 배제되고 있는 부분도 문제다. 기소권 견제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운용되고 있음이다.
문 총장이 왜 수사심의위원회 제도를 거론했는지 이해한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에 맞서 검찰 스스로 보여야 할 개혁의 의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제도신설이 아니라 제도효과다. 검찰이 누려온 기소 독점주의에 이익을 큼직하게 도려내도 좋다는 결단을 내보여야 한다. 심의 위원의 자격을 제한하고, 회부 사건 선택의 기준을 명시하고, 수사ㆍ기소 심의의 효력을 명문화하는 실천 의지가 제도에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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