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뇌부간 진흙탕싸움에 극심한 경찰사기 저하

여기저기서 볼멘소리 터져나와

최근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 간에 벌어진 ‘진흙탕 싸움’ 및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 등 일련의 사태가 경찰관들의 극심한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부끄럽다”,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등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가운데 이를 경찰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일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촛불집회 당시 광주지방경찰청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을 문제 삼고 전화로 당시 청장인 강인철 치안감을 크게 질책했다. 또한 삭제를 지시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이 청장이 부인하고 또다시 이를 강 학교장이 반박하는 등 진실공방 양상으로 이어졌으며 여론이 시끄럽자 전날 김부겸 장관은 지휘부와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후 이 청장은 모든 경찰관을 대상으로 “경찰 조직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실망을 드리고, 동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게 돼 대단히 유감스럽고 송구한 마음”이라며 “본연 책무에 매진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사죄 입장을 담은 서한문을 보냈다.

 

그러나 수뇌부 간 이전투구식 다툼과 미봉책에 그친 사과에 내부에서는 입을 모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소속 A 경감은 “경찰 개개인간 다툼인데 마치 12만 경찰관 전체의 문제처럼 비쳤다”며 “직원들도 만나 이야기하면 하나같이 부끄럽다고 말하고 다닐 만큼 사기 저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같은 지역 B 순경은 “만약 경찰 하위직에서 이 같은 논란을 일으켰다면 곧바로 위원회를 열었을 것이며 징계 수위도 높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C 경위는 “수사권 독립이라는 중요한 현안을 눈앞에 두고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둘 간 감정싸움이 웬 말이냐”며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하는 검찰과 대조된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이날 경찰 내부망에는 지구대·파출소 경찰관 위주로 ‘부끄럽다’, ‘참담하다’는 식의 불만 글이 계속해 올라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 전문가들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놓고 쇄신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경찰 조직이 정치권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마치 어린애들 화해시키는 모양새를 취한 탓에 경찰 체면이 많이 구겼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뇌부 인사가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정당성을 인정 받을수 있는, 제도적 개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일을 계기로 내부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무엇보다 눈앞에 놓인 개혁과제와 현안 해결을 통해 국민 신뢰를 얻고자 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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