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만 달라졌는데 돈 받아?”…PC점주들, 블리자드 제소

업주협회, 공정위에 불공정행위로 제소 “이중판매, 이중과금”

▲ 블라자드엔터테인먼트가 15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공식발매한다. 사진은 PC방에서 사전 서비스된 리마스터 화면. 사진/백상일 기자
▲ 블라자드엔터테인먼트가 15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공식발매한다. 사진은 PC방에서 사전 서비스된 리마스터 화면. 사진/백상일 기자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귀환 행로가 만만치 않다. PC방 업주들은 제작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고, 추억을 느끼고 싶었던 유저들은 점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이하 리마스터)의 제작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로 제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리마스터 정식 발매일은 15일이다.

리마스터는 스타크래프트1의 그래픽 화질을 비약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유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개정판은 한국 PC방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즐길 수 있었지만 유저들과 PC방 업주들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 날라 왔다. 블리자드가 그동안 무료로 서비스하던 게임에 한 시간당 250원에 달하는 별도 요금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PC방 업주들이 스타크래프트 패키지만 사면 추가 비용 없이 유저들에게 게임을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정책변화로 인해 리마스터 역시 PC방에서 유저가 이용하는 만큼 돈을 지불해야한다.

인문협 관계자는 “리마스터는 스타크래프트1의 화질만 보정했지 새로운 게임이 아니다”며 “블리자드의 모습은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PC방 점주들을 대상으로 전형적인 ‘갑질’을 하고 있다”며 공정위 제소 이유를 밝혔다.

이중 과금 문제도 제기됐다. 일반 유저가 리마스트를 구입해서 가정에서 게임을 즐기더라도 PC방에 오면 자신의 구매 내역과 상관없이 다른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요금을 또 내야 한다.

인문협은 “리마스터를 구매한 개인 유저가 PC방을 찾아 개인계정으로 접속해도 PC방 정량 요금을 차감한다는 것은 명백한 이중 판매이자 이중 과금”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오류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고 협회 측은 전했다.

유저들의 의견은 반반 갈리는 분위기였다. 2000년대 초반 스타크래프트로 단합됐던 모습과는 사뭇 상반된다. 당시 십대 후반, 스무살 초반이었던 유저들이 삼십 대가 되면서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무조건적인 열광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경기도 분당의 한 PC에 만난 삼십 대 남자 유저는 추억을 만나러 갔다가 불편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밤을 새우며 했던 게임의 새로운 버전 광고를 보고 오랜만에 전율을 느꼈다”며 “무조건 해야겠다 싶어 PC방에 왔는데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디자인이 많이 달라진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로그인도 불편하고 크게 뭐가 달라진 지 모르겠어 더 할지는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다른 유저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무료는 옛날이야기다. 그동안 수많은 게임이 나왔고 자연스럽게 유료로 넘어왔다”며 “리마스터도 마찬가지로 본다.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 PC방 업주는 “솔직히 몇몇 아저씨들만 하지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한다”며 “굳이 유료로 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리마스터는 1990년대 후반 국내 출시돼 PC방 문화·게임문화를 선도했던 스타크래프트1의 업그레이드 상품이다. 제작사 블리자드는 2010년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를 출시했으나 종전 게임의 인기만큼은 누리지 못했다. 2015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2-공허의 유산 역시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1을 추억하는 많은 유저들도 3D를 기반으로 한 2탄 시리즈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들을 보였다. 2D의 손맛을 잊을 수 없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유저들의 니즈를 반영한 듯 블리자드는 2D로 돌아온 리마스터 출시를 예고하면서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로그인의 불편, 유료, 경쟁 게임 등으로 이전만큼의 인기를 끌지 못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 측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민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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