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금 압박에 해외로 가겠다는 업계 외침 / 산업부, 입 막을 생각 말고 대책 세워라

지난 10일 묘한 해프닝이 있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통상임금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의 평균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선진국보다 인건비 부담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언급한 부분이다. 성명은 “국내 생산을 줄이고 인건비 부담이 낮은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프닝은 불과 6시간 뒤에 일어났다. 협회가 ‘보도 해명 자료’라는 것을 배포했다. “업계에서는 생산기지 해외 이전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미 보도된 기사 가운데 이 부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협회는 현대ㆍ기아ㆍ한국 지엠ㆍ르노 삼성ㆍ쌍용 등 국내 5개 완성차의 모임이다. 사실상 산업부의 관리를 받고 있다. 최초 성명에 대해 ‘표현이 너무 강하다’는 산업부 측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해외 이전 주장을 말리는 산업부의 입김은 섬유업계에도 미친다. 11일 ‘섬유업계 상생협력 간담회’에서 산업부 장관이 이렇게 말했다. “국내 공장 폐쇄, 국내 공장의 해외 이전 등 국내 생산기반을 축소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 경방이 광주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결정했고, 전방도 국내 공장의 절반을 폐쇄하겠다고 밝히는 가운데 나온 협조 요청이다. 이쯤 되면 산업부의 현안은 기업의 ‘입단속’인듯 하다.

이런다고 해결되나. 얼마 전 전방(전남 방직) 얘기가 불거졌을 때를 보자. 회사 대표가 경영 악화를 우려하며 베트남으로의 공장 이전을 얘기했다.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으로 여러 언론에서 다뤄졌다. 그러자 정부 및 일부 언론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영 악화는 임금 때문이 아니며, 베트남 이전은 이미 검토됐던 일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으로 불거진 한 기업의 어려움을 두고 벌인 때아닌 보수ㆍ진보 대결이다.

전방 말고도 예는 많다. 한국 최대 완성차들이 성명서까지 낸 ‘해외 이전 검토’-비록 석연찮은 이유로 6시간 만에 번복했지만-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전방이 아닌 경방 등 다른 섬유 업계가 줄지어 발표하고 있는 해외 이전 계획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업체들에게도 ‘경영 악화는 통상ㆍ최저 임금 인상과 무관하며, 해외 이전도 이미 검토되었던 사안’이라고 반박할 것인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도 안 된다.

임금은 기업 경영의 가장 큰 요인이다. 임금이 오르면 경영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그 정도가 심하면 값싼 임금이 있는 국가로 이전하는 것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산업부가 나서서 입단속을 시킨다고 그런 경영의 기본이 바뀌지 않는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미칠 영향을 있는 그대로 분석해야 한다. 여기서 나오는 기업의 고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절충안을 찾아보는 게 정부의 일이다. 산업부가 잘못 짚고 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