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9년은 건국 100주년” 더 이상 논란 없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72주년 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2019년 임시정부 기념관을 세우겠다는 말도 했다. 이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제헌국회를 세운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이른바 ‘건국절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지난 9년간 보수 정부는 대한민국 건국일을 1948년 8월15일로 규정해왔다. 지난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이라고 못 박은 일도 있다. 이때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했다.

건국절 논란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본격화했다. 통상 대한민국은 1919년 3·1운동 뒤 임시정부 수립을 기점으로 건국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제헌헌법에는 ‘3·1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을 건립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명문화돼있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 수립으로 ‘건립’됐고,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민주독립국가로 ‘재건’됐다는 말이다.

그러나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임시정부가 독립운동 단체로서 국가의 구성요소인 영토, 주권적 지배권, 법률 제정·집행 등 정부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임시정부 또한 헌법 1조에 민주공화정임을 선언하는 등 나름대로 민주적 법ㆍ제도를 갖췄다. 비록 일제에 주권을 빼앗긴 상태여서 국가의 핵심 구성 요소를 갖지 못했고, 애초에 국가와 정부는 엄연히 다르다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지만,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법적 뿌리임은 부정할 수 없다.

미 군정 종식으로 이뤄진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지정한다면, 역사적 법통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사실상 부인하게 된다. 일제와 강대국에 의해 좌우되고 왜곡된 우리 현대사의 복잡성을 간과한 채 억지로 8ㆍ15를 건국절로 만들려고 한다면 이념 갈등과 논쟁만 부추기게 된다.

문 대통령의 ‘건국절’ 발언이 또다시 논란으로 확대돼선 안된다. “대한민국 건국 100년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100년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한 대통령의 말처럼 이젠 소모적ㆍ이념적 논쟁을 접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보수ㆍ진보의 구분 없이 화해와 통합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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