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닭 진드기 방제약품 지원’ 일환
용인·남양주·파주 ‘비펜트린’ 등 공급
뒤늦게 회수 나섰지만 상당수 이미 사용
도내 일부 지자체들이 정부의 ‘닭 진드기 방제약품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를 공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사태가 커지자 뒤늦게 보급한 살충제를 회수하고 나섰지만, 일부 농장에서 이미 보급받은 살충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살충제 계란’에 대한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비까지 지원하면서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은 정부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 4월 ‘닭 진드기 방제약품 지원사업’의 하나로 서울ㆍ부산ㆍ울산ㆍ대전을 제외한 13개 시ㆍ도에 방제약품 구입비 중 50%인 1억5천만 원을 지원하면 나머지 50%는 지방비로 충당하도록 하는 방식의 ‘닭 진드기 방제약품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도내 자치단체 가운데 용인시는 친환경 산란계 농장 6곳에 50㎖짜리 ‘아미트라즈’ 살충제 200병, 남양주시는 3천 수 이상 산란계 농가 5곳에 닭 진드기 구제용 약품인 ‘와구프리블루’ 70병, 파주시는 지역 내 양계농장에 적정량 희석 권고와 함께 ‘비펜트린’ 살충제 등을 각각 보급했다.
그러나 아미트라즈와 와구프리블루, 비펜트린 등의 살충제는 친환경 인증 농가는 사용할 수 없는 살충제로, 일부는 출하된 계란에서 조금도 검출되면 안 되는 약품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품의 특성도 파악하지 못한 자치단체의 미흡한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남양주시는 지난 15일 살충제 계란 파문이 일자 “올해 최초로 무해 약품인 ‘와구프리블루’를 보급했는데도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앞서 보급한 살충제 역시 사용금지 제품으로 확인되면서 농장주들로부터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해당 지자체는 뒤늦게 보급한 살충제에 대한 회수에 나섰지만, 용인시 처인구의 한 농가에선 이미 40병의 살충제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살충제 계란 공포는 확산되고 있다. 파주시는 정부 지침에 따른 보급이라는 이유로 회수에 대해 보류하는 상황이며, 남양주시는 2일간에 걸쳐 보급한 ‘와구프리블루’ 70병을 전량 회수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지난해 진드기가 발생했던 농가를 기준으로 살충제를 공급하다 보니 친환경 농장 여부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논란이 일어난 후 살충제가 보급된 6곳 농가 계란에 대해 검사한 결과, 다행히 아미트라즈 성분이 검출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살충제를 보급한 자치단체의 책임도 있지만, 정부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도 않고, 지도ㆍ감독 역시 소홀히 한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과거엔 피프로닐에 대해 문제가 없었는데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파문이 발생한 이후 느닷없이 국내에 없는 유럽기준을 적용해 문제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없던 법을 갑자기 따르라 하니 일부 농가들이 소송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 담당 공무원이 코너로 몰릴 수 있는 부담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은ㆍ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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