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 “닭 풀어 놓고 흙목욕… 알아서 진드기 털어내요”

자연방사형 고양 ‘유나네자연숲농장’
3.3㎡당 8마리… 넉넉한 사육환경 조성
1천200마리 항생제·살충제 없이도 건강

▲ 살충제를 쓰지 않고 자연방사와 흙목욕 등 친환경 방식으로 닭을 키우고 있는 고양시 원당읍 유나네자연숲농장에서 20일 농장주가 갓낳은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 살충제를 쓰지 않고 자연방사와 흙목욕 등 친환경 방식으로 닭을 키우고 있는 고양시 원당읍 유나네자연숲농장에서 20일 농장주가 갓낳은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살충제 대신 ‘흙목욕’ 만으로도 진드기와 기생충은 충분히 없앨 수 있습니다”

 

20일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소재 유나네자연숲농장. 농장 곳곳에서는 닭들이 여유롭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답답한 케이지가 아닌 흙밭에 풀어진 닭들은 훨씬 활기찬 모습이었다. 다닥다닥 붙은 채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알을 생산해내야 하는 케이지 속의 닭들과 비교했을 때 이곳의 닭들은 날갯짓도 훨씬 힘차 보였다. 

그 중 몇 마리는 흙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날갯짓을 하며 흙을 잔뜩 뒤집어썼다가 털어내기를 반복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김태현 유나네자연숲농장 대표(55)는 “닭들이 흙목욕을 하는 것”이라며 “저런 식으로 몸에 붙은 진드기와 기생충들을 털어낸다”고 설명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살충제 대신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닭의 진드기와 기생충을 제거하는 농장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밀집사육’이 아닌 ‘자연방사형’으로 사육을 하고 흙목욕을 통해 닭들의 건강을 유지, 이곳에서 생산된 계란 또한 ‘살충제 파동’에서 자유로워 인기다.

 

유나네자연숲농장 역시 경기도 내 몇 안 되는 자연방사형 양계농장 중 한 곳이다. 이곳은 약 400여 ㎡ 규모의 계사에서 1천200여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다. 3.3 ㎡ 당 8마리의 닭이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사육 환경은 밀집사육형 양계장(3.3 ㎡ 당 80여 마리)보다 훨씬 여유로워 닭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또 친환경적이고 무창밀폐식의 사육시설을 조성하고, 항생제와 살충제 등 17가지 인위적인 행위를 일체 하지 않는다. 사료 역시 자가 배합 사료를 사용한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흙목욕’이다. 닭에게 붙어 있는 진드기나 기생충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살충제 대신 자연친화적인 방법을 활용한 것. 흙목욕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계란을 생산한다는 소식에 최근 문의 전화도 급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밀집사육에 있다”며 “닭들이 활동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공간을 주고 흙목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살충제를 쓰지 않는 대안”이라고 힘줘 말했다.

 

전문가들도 ‘흙목욕’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홍길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장은 “케이지에서 기르는 것보다 방사 형태로 기르면 흙목욕을 할 수 있어 진드기를 좀 더 친환경적으로 방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내 한 공중방역수의사도 “닭을 밀집해서 키우기보다 방사해서 키우게 되면 스트레스가 줄어 질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며 “살충제 대신 자연적으로 흙목욕 방식을 이용해 진드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습 유소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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