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3750원’ 받는 지하철 노인 안전요원

승객 안전 통제 업무 담당… 쉬는 날 없이 하루 8시간 이상 근무
최저임금법 위반에도 취업 알선한 대한노인회·업체는 “업계 관행”

수도권 지하철 역사 내 스크린도어가 설치 중인 승강장에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지하철 노인 안전요원들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등 ‘고용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대한노인회 취업알선센터를 통해 이들을 채용한 업체와 대한노인회 모두 이같은 사실을 그동안 관행적으로 여겼던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과 P업체 등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9월 수도권내 스크린도어 설치 사업을 벌이기 위해 2천600억 원 예산을 투입했다. 이 사업의 하청을 맡은 P업체는 현재 수도권 50여 개 역사에 총 200여 명의 지하철 노인 안전요원을 고용해 배치했다.

 

안전요원들은 승강장에 상시 대기하며 지하철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에서 승객들을 안전하게 통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70대 이상으로 구성된 이들은 각각 첫차 시간~오후 3시, 오후 3시~막차 시간 등 오전ㆍ오후조로 나뉘어 하루 8시간 이상 쉬는 날도 없이 한달 내내 근무하고 있다. 이렇게 이들이 한달 240시간 근무해 받는 월급은 불과 90만 원으로, 이를 계산하면 시급 3천750원인 셈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6천470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안전요원으로 활동 중인 김사곤씨(71ㆍ가명)는 “먼지, 더위와 싸우면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긴장감 속에 근무를 하는데도 업체에서는 최저임금도 안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다른 동료들도 모두 불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잘릴까 봐 말도 못 꺼내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고용노동부 확인결과, 업체의 이같은 월급 산정은 엄연한 최저임금법 위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관계자는 “장애인고용공단 허가를 받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사업장이나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이 체결된 근로자의 첫 3개월 수습기간을 제외하고 최저임금은 어떤 경우에도 보장받아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이 같은 최저임금법 위반 논란에 대해 그동안 업계의 관행이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P업체 관계자는 “채용 당시 급여조건에 대해 동의한 사람에 한해 근로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인들의 취업을 알선한 대한노인회 안양시 동안구지회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경비요원도 70세가 넘으면 채용을 꺼리는 추세라 최저임금까지 고려하면 노인들이 일할 여건이 나빠진다”면서 “어르신들의 취업이 아니라 소일거리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습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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