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행인 갈등이 위험 수위다. 사고 위험 때문에 곳곳에서 다툼이 벌어진다. 보행자 전용 도로나 자전거 전용 도로를 가리지 않는다. 자전거 이용자나 보행자 모두에게 불쾌하고 위험한 일상이 돼버렸다. 지자체마다 자전거 생활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펴 왔다. 이러면서 자전거 이용자가 급증했다. 이것이 자전거ㆍ보행자 다툼 증가의 원인이다. 당연히 지자체가 나서서 책임지고 정리해야 할 일 아닌가. 우리는 그렇게 본다.
본보 취재진이 군포시 대야호수 둘레길을 둘러봤다. 수리산 도립공원과 반월호수 수변 공원을 연결한 길이 3.4㎞의 산책로다. 혈세 99억원을 들여 지난 11일 완공했다. 군포 시민에겐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이런 둘레길이 완공 1주일도 안 돼 ‘갈등의 둘레길’로 변했다. 자전거와 행인의 충돌이 쉼 없이 반복되고 있다. 본보가 확인한 17일 오전에만 해도 자전거의 요란한 경고와 이에 항의하는 보행자들의 불평이 10여 차례 목격됐다.
비단, 대야호수 둘레길만 그런 게 아니다. 도내 아름다운 경치와 잘 정비된 산책로마다 예외 없이 ‘자전거ㆍ행인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수원시가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복원한 수원천이 있다. 화성(華城) 복원의 결정판이라고 칭송됐다. 그런데 여기서도 자전거와 행인의 갈등은 빈발한다. 사람 한 명 통과할만한 수변 산책로로 끊임없는 자전거 행렬이 이어진다. 최근에는 자전거에 밀려 일반 보행자가 줄어들기에 이르렀다.
대야호수 둘레길은 보행자 전용 산책로다. 군포시는 ‘자전거 출입 금지’라는 푯말을 붙였다고 해명한다. 수원천 수변 길은 보행자 전용 산책로가 아니다. ‘조례를 바꾸지 않는 한 자전거 통행을 막을 근거가 없다’는 게 수원시 설명이다. 그런데 두 시(市)의 설명이나 자세가 모두 틀렸다. 자전거와 행인의 충돌은 도로의 용도와 별로 상관없다. 자전거 도로에서의 사고도 자전거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은 이미 판례로 확정돼 있다.
도로의 용도는 핑계 댈 게 못 된다. 무조건 자전거와 행인의 충돌을 막아야 한다. 인력을 동원한 단속, 제도를 활용한 제재, 시설을 이용한 운영 등이 대책일 수 있다. 공공 근로자를 투입해 지도하는 방법이다. 조례를 통해 도로 성격을 구분하고 명시적으로 공개하는 방법이다.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함께 설치해 운용하는 방법이다. 광교산에 설치된 ‘광교산 데크길’이 이 경우인데 개통된 지 5년 넘도록 어떠한 갈등도 없다.
별것 아니라고 넘길 일이 아니다. 자전거 생활화를 위해 쏟아부은 돈이 한두 푼인가. 자전거 도로도 혈세로 만들어 주고, 공용 자전거도 혈세로 비치해 주고, 자전거 보험까지 혈세로 가입해 주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일반 시민들에겐 불쾌감과 위험으로 다가와 있고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심각한 반(反)작용이다. 자전거 행정의 시각을 ‘자전거가 안전할 권리’에서 ‘보행자도 안전할 권리’로 넓혀가야 할 시기가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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