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몰카’ 진화… 바닥 기는 경찰 장비

도내 13개 경찰서 ‘몰카탐지기’ 아예 없고
첨단·고가 탐지기 고작 2대… 적발실적 ‘0’
文대통령 전쟁 선포한 ‘몰카’에 필패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몰래카메라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대한민국이 몰카 범죄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정작 경찰이 몰카 단속에 필요한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경기남ㆍ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몰카 피해가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자 몰카 탐지기를 동원하는 등 대대적인 몰카 단속에 나서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몰카 범죄에 신속히 대응하고 특별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 이후 단속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그러나 경기지역 42개 경찰서 가운데 안양만안경찰서 등 13개 경찰서는 아예 몰카 탐지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13개 경찰서는 탐지기를 통한 몰카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또한 탐지기를 보유한 29개 경찰서 중 수원남부경찰서를 제외하고는 단속이 쉽지 않은 렌즈탐지형 탐지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렌즈탐지형 탐지기의 경우 적외선을 반사시키는 물체가 많아 탐지기를 통해 몰카 설치 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맹점을 가지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 6월 경기남부ㆍ북부청에 보급한 고가의 전파탐지형 탐지기 2대는 경기북부청과 수원남부경찰서만이 보유하고 있다. 

전파탐지형 탐지기는 몰카가 작동할 때 발생하는 주파수를 탐지해 몰카 위치를 알려주고, 랜즈탐지형은 적외선을 이용해 몰카 렌즈에 반사된 빛으로 몰카를 찾아낸다.

 

또 탐지기를 이용해 단속에 나서는 경우 주민들이 불안감까지 호소하고 있어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일선 경찰은 몰카 단속시 지역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 몰카가 많은게 아니냐”고 오해까지 한다며 탐지기 사용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이유로 경기남부ㆍ북부청이 탐지기를 통해 몰카 범죄를 적발한 건수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어디에서도 탐지기를 통해 몰카를 찾은 사례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라며 “탐지기는 몰카 범죄 단속 보다는 범죄 예방을 위해 점검을 하는 차원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단속 활동으로 몰카 범죄 피해를 예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혁준ㆍ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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