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7. 전통의 멋 고스란히 ‘안양남부시장’

신선하고 저렴한 과일·채소… 情도 함께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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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이 내리쬔 8월의 어느 날 오후 4시. 

안양남부시장의 게이트 1로 들어서자 입구부터 각양각색의 가게들이 손님들을 반겼다. 정육점, 신발가게, 떡집, 즉석 두부가게, 생선가게, 채소가게 등 눈을 사로잡는 다양한 가게들은 이곳이 안양의 대표 전통시장임을 알게 해 줬다. 찌는듯한 더위에도 한여름의 오후 쇼핑을 즐기는 손님들의 얼굴에선 즐거움이 묻어났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소매 종합시장인 안양남부시장은 소박하다. 전통시장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고객의 편의를 위해 아케이드 등 최소한의 편의시설은 갖췄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따스한 안양남부시장만의 매력을 따라가 봤다.

■ 전통 있는 도소매 종합시장…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채소ㆍ과일 ‘한 곳에’

안양시 만안구 일번가 옆에 있는 안양남부시장은 안양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한마디로 교통의 중심지에 있다. 이곳은 이미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소매 종합시장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서울 남부와 만안구 지역에 채소와 청과를 주로 공급해왔다.

이른 새벽이면 산지에서 각종 채소를 싣고 오는 커다란 트럭이 즐비하고, 동틀 무렵이면 그날 판매할 채소, 과일을 실은 무거운 손수레들이 들락거린다. 도매시장 영업이 끝날 무렵, 인근 주민들이 애용하는 소매시장으로 변모하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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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주민은 물론 생계를 이어가는 다양한 도소매 상인들의 생활터전인 셈이다. 안양남부시장의 게이트 1번 골목에서 마늘을 사던 윤이복씨(68)는 “안양남부시장은 지역주민들에겐 없어선 안 될 시장이다. 나도 이곳에서 매주 싱싱한 반찬과 먹을거리를 사다 가서 4남매를 키웠다”고 말했다.

 

지난 1960년 안양의 골목시장으로 문을 연 이후 현재 255개 점포에서 279명의 상인이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채소, 청과, 정육, 공산품 등을 주로 다룬다. 시장 골목 외곽으로 나가면 형성된 다양한 먹자골목도 이곳의 특징이다. 전통 있는 도소매 종합시장이다 보니 청과와 채소 등의 신선함과 저렴한 가격은 그 어느 곳도 따라갈 수 없는 안양남부시장만의 자부심이자 자랑이다.

 

■ 전통시장의 정취와 사람의 향기… 지역주민 생활 터전

인근에 대형마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안양남부시장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그 중 하나는 소비자 불만신고센터 운영이다. 시장을 찾는 고객의 소리를 귀담아듣고, 불만을 최소화 하고자 운영 중인 소비자 불만신고센터는 안양남부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다.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낀 부분에 대한 개선도 전보다 원활하게 이뤄졌고 소비자도 바뀌는 시장 모습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소비자가 남부시장에서 느낀 불만을 전달하면 상인회에서 상인에게 의견을 전달한다. 

가령, 전통시장에서 구매한 제품 질이 나쁘면 소비자는 즉시 교환 및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상인회는 판매자에게 경고를 주고 시정명령을 내린다. 소비자들은 상인회가 적극적인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믿고 찾는 전통시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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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남부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만사항은 많았지만, 마땅히 불만을 제기할 곳이 없었는데, 소비자와 상인 모두가 불만신고센터 덕분에 큰 활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역주민과 함께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매년 9월 중 시장을 찾는 고객과 상인들이 함께하는 시민축제마당 행사를 비롯한 품바 공연, 풍물놀이 등 이벤트·홍보 행사 등도 마련한다. 

지난 2006년부터는 전문강사를 초빙해 맞춤형 상인 친절 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시장에 마련된 아케이드는 비와 눈 등을 막아 쾌적한 쇼핑 환경을 즐기도록 한다. 분주히 움직이는 상인과 장을 보러 온 손님들. 대형마트와는 또다른 매력이 묻어난다.

 

시장 안쪽의 먹거리 집이 밀집된 골목엔 해가 어스름할 때쯤이면 벌써 식당에 들어가려는 손님들의 대기행렬이 이어진다. 자글자글 거리며 고기가 익는 소리, 술잔 부딪히는 소리, 사람과 사람과의 흥겨운 대화도 들을 수 있다.

 

봉필규 안양남부시장 상인회장은 “안양남부시장은 언제나 고객과 지역주민에게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일 수 있도록 상인과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전통시장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시장에 들러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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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를 찾아라

삼계탕으로 원기 충전… 해물모듬찌개는 신선한 바다향 가득

안양남부시장에서 장을 봤다면 이제 출출해진 배를 달래서 맛집을 찾아보자. 이곳엔 먹거리 골목이 형성돼 있어 오래전부터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많다. 회사원, 주민들에게도 사랑받은 맛집과 명소를 알아본다.

■ 30년 된 영양식 맛집 ‘골짜기 집’

안양시장으로 가다 보면, 30년 된 맛집, 골짜기 집이 눈에 띈다. 육수의 깊은 맛이 어우러진 삼계탕과 한약재를 이용한 흑염소탕이 주메뉴다. 옻, 한방, 능 등 삼계탕 4가지 종류가 인기를 끌고 있고, 오리백숙과 로스, 주물럭 등 메뉴가 다양하다. 가게 사장님이 직접 채취한 다양한 약재를 이용한 약주도 맛보기에 좋다.

 

■ 싱싱한 해물로 한 끼 식사 뚝딱 ‘정호해물탕’

안양역에서 남부시장으로 걸어 올라가는 길에 해물모듬찌개 전문점인 정호식당이 보인다. 위치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해물모듬찌개 한 가지 메뉴만 고집해 안양남부시장의 명물로 자리매김한 전통 맛집이다. 신선하고 푸짐한 해물과 정갈한 밑반찬이 지역 주민은 물론 시장 사람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 명실상부 인기 1위 ‘남부정육점’

남부정육점은 시장 사람들은 물론 안양 시민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시장 안쪽에 자리매김한 이곳은 해가 어스름할 때쯤이면 벌써 식당에 들어가려는 손님들의 대기행렬이 이어진다. 자글자글 거리며 고기가 굽히는 소리,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 사람과 사람과의 흥겨운 대화와 남부정육점 주인장의 손님을 맞는 정겨운 인사는 이곳을 안양남부시장의 명물로 만들고 있다. 고기의 맛은 좋고, 가격은 저렴한 곳으로 소문났다. 안양남부시장에 왔다면 한 번쯤 들러봐야 할 곳이다.

 

■ 화장실, 색을 입다

시장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다는 편견을 버리기에 충분하다. 상인연합회 사무실 1층에 있는 남부시장 화장실은 최근 빨간색과 파란색의 칼라를 입혀 색다르게 변신했다. 기저귀 교환대는 물론 픽토그램으로 디자인을 더했다. 고객에게 편리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고자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돋보인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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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필규 안양남부시장 상인회장 “상인들 복지 향상 힘쓸 것”

안양남부시장의 변화와 생동감을 이끌어 가는 봉필규 상인회장(53)은 도내 97개의 전통시장 상인회를 이끄는 경기도상인연합회장이기도 하다.

전통시장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갈망, 전통시장 상인회 위상강화 등에 대한 남다른 열망으로 그는 지난 2012년 제3대, 2015년 제4대 도상인회장에 당선된 이후 안양남부시장과 경기지역 전통시장 발전에 힘을 쏟았다. 그는 이달 말에 열리는 제7대 전국상인연합회장 선거에도 출마를 선언, 전국 상인을 대변할 적임자로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봉 회장은 “골목상권이 살아야 기초상권이 살고, 나라의 상권이 산다”며 “위기에 봉착한 전통시장을 살릴 다양한 방안을 찾아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상인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기꺼이 희생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년간 도상인회장을 역임하며 지역의 주요 전통시장을 알리는 전통시장 문화공연, 경기도 우수시장 박람회, 조직력 강화를 위한 상인워크숍과 상인동아리 발표회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전통시장과 상점가 등의 경영 현대화와 역량 있는 상인 육성을 위한 상인교육관 운영도 봉 회장의 주요 성과물이다. 이 기간 경기도상인연합회 회원 수도 45개에서 96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를 위해 전통시장 상인들의 복지를 향상하는 데도 정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면서 “전통시장과 상인은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경제 주춧돌이지만, 정작 소상공인연합회나 각종 경제 6단체보다 위상이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그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복지에 일찌감치 눈을 떠 올해 말께 경기도상인복지회를 출범할 계획도 세웠다. 또한, 전국상인회의 위상 강화를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상권의 물품 다양성을 위해 다른 국가의 시장과 MOU를 맺는 형식도 추진 중이다. 지난 1일 경기도상인연합회와 중국 충칭시상공연합회가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MOU를 체결한 것도 경기도 전통시장의 물품 다양성을 알리고 홍보를 하려는 취지다.

 

봉 회장은 “대기업 영업사원으로 일을 하다가 시장에 자리를 잡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시장에는 현실에 맞는 지원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매년 체감했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당당히 할 말을 하고, 대한민국 시장은 다양성을, 상인들은 경쟁력을 갖춰 안으로는 상인 복지가 향상되고 밖으로는 한국경제에 이바지하도록 상인회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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