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전곡 선사유적을 경기문화 일번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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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개성은 경기도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고 오늘날 서울은 결국 경기도의 품 안에 있는 셈이다. 한양 도성을 둘러싼 전역이 바로 경기도였던 것이고 경기감영터는 수원으로 이전하기 이전에는 오랫동안 바로 지금 발굴되고 있는 한양도성의 일부였다고 할 수 있는 서대문네거리 부근이다. 

수원 화성은 정조의 이상향의 수도이었고 당성과 경기만은 바로 황해 항로의 거점이었다. 한국 역사의 중심이자 그 축이 있었던 곳이 바로 경기도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래서 곳곳에 민족사적으로 의미심장한 유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주민들 중에서 지난 천년 동안 이 경기지역이 우리나라의 문화수도였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왜 그럴까?

 

경기도나 경기문화재단이 그러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기는 하지만 지역문화로서 도문화의 정체성이 견고하게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것은 그동안 인구변동이 극심한 사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문화정책은 근본적으로 변하여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왜냐하면 현대사의 그 어느 때보다도 사회에서 문화의 역할이 증대되어야 하는 시기에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구의 변동과정에서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그리고 도시 내에서 다시 계층의 분화로 이어지는 격변의 시대에 살아오면서 지역적인 문화적 정체성은 상실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국가적인 정체성이 중요한 것은 오늘날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지역적 문화정체성이야말로 삶의 질을 좌우하는 사회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적인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술자리를 하면서 어릴 적 살았던 고향의 옛날이야기를 하면 편안해지기도 하고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나누고 살았고 같이 생활한 그 추억들이 우리의 의식 속에 남아 있고 그것이 공동체의 의식을 강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살아가는 지역의 아파트를 고향이라고 생각하거나 내가 사는 도시에 영원히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 지금의 세태이다. 어쩌면 남자들의 군대 막사 생활보다 못한 것이 바로 아파트 군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공동체생활사이다. 남겨지는 공동의 이야기도 없고 오가는 작은 정도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사회의 안정을 추구하는 정책의 가장 근본적인 것이 바로 우리가 생활에서 하는 이야기 주제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과 또한 그러한 이야기 속에서 감성이 풍부하여 서로 나누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장수 집단이 늘어나고 또한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여유시간이 늘어나는 사회에서는 그러한 정책의 필요성은 불을 보듯 훤한 미래보기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경기지역공동체의 지역문화정체성 만들기와 강화는 대단히 중요하고 또한 세심한 정책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이제는 살아가야 할 지역으로서 주민들의 지역역사문화에 대한 인식의 강화이다. 물론 경기도나 문화재단이 많은 사업들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집중적이고도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경기도민의 지역 공동체의식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할 때이다. 살아가고 있는 지역으로서, 그리고 나중에 돌아와야 할 고향으로서 경기도의 감성적인 가치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지역문화유산들은 그러한 가치의 창조하여 나가는데 핵심적인 재료이다. 빛나는 중세나 근현대의 유산과 함께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주민사를 보여주는 전곡리 구석기 유적은 한반도 주민의 문화적 고향으로서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기원터로서, 그리고 경기문화 일번지로서 경기도민의 마음에 자리 잡게 만드는 것도 바로 그 정책 수행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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