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업계 관행 개선 위해 시행…증권업계 효과 ‘글쎄’
다음 달 1일 시행을 앞둔 증권사 ‘괴리율 표기 의무제’에 관심이 쏠린다.
괴리율은 증권사들의 상장사 분석 보고서(리포트) 상의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를 의미한다. 목표주가는 연구원들이 기업을 분석해 제시한 주가다. 괴리율이 클수록 보고서의 객관성과 신뢰를 얻지 못한다. 증권업계는 이번 조치로 기업 분석 보고서 품질과 리서치 연구원(애널리스트) 업무 관행이 개선될지 주목하고 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면 최근 3개월간 3개 이상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제시한 상장사 310곳의 주가 괴리율 평균 수치는 지난 24일 기준 28.41%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동기 괴리율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8월말 기준 315개 상장사의 괴리율 평균은 57.71%에 이르렀다. 100% 넘는 비정상적 괴리율을 보인 오리온홀딩스(3천95.56%) 등 16개사를 제외하고 산정한 당시 평균 괴리율도 36.16%로 지금보다 높았다.
금융감독원이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리서치 업무 전반에 대한 주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괴리율 점검과 목표주가 조정 움직임이 자율적으로 이뤄진 덕분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업계에선 괴리율 축소가 기업 분석 보고서의 객관성을 실제로 높였는지에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상승하면서 개별 상장사 주가도 올라 괴리율이 자연스럽게 낮아진 영향도 컸다.
실제 개별 종목별로는 여전히 괴리율이 높은 곳들도 있다. 현재 괴리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세진중공업으로, 증권사 3곳이 제시한 목표주가의 평균은 6천267원인 데 비해 실제 주가는 3천465원으로 괴리율이 80.87%로 나타났다. 아이콘트롤스(73.15%), 태웅(69.61%), 아프리카TV(63.92%), 동원산업(61.38%) 등 상장사들도 괴리율이 높았다.
현재까지 6개월 또는 12개월 예상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전날 종가를 함께 적거나 그래프로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간 괴리만 표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 기업 분석 보고서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내달부터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간 괴리율을 보고서에 숫자로 공시하는 방안을 시행한다.
괴리율 표시는 그동안 국내 증권사 보고서가 ’매수‘ 일색인 데다 목표주가를 낙관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강해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상장사들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낸 연구원을 홀대하거나 기업 탐방을 금지하는 등 차별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당국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영향을 줬다.
업계는 기업 분석 보고서상 목표주가는 물론 ‘매수’ 일색인 투자의견이 더 문제라며 괴리율 표기만으로 보고서 품질 개선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괴리율은 수시로 발생하는 악재나 분할·증자 등 주가변동 이벤트에 따라 움직이는데 이를 숫자로 공시하면 평가 기준이 되고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연구원 보수 산정에 보고서 품질을 반영하도록 하는 조치까지 내리자 연구원들의 사기가 많이 죽었다”며 “괴리율 표기가 실제 보고서 품질을 높일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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