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새천년, 유라시아에서 길을 찾다] 1. 유라시아 지도가 바뀌고 있다

유라시아 거대한 新대륙…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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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다

지난 7월 3일 경기일보와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이 공동으로 구성한 유라시아 열차 탐사단이 유라시아 대륙 횡단을 시작하였다. 

탐사단은 유라시아 대륙 동쪽에 위치한 한국 평택 항에서 페리호를 타고 황해를 건너 중국 렌윈강항에 도착하였다, 7월 5일부터 열차를 22번 갈아타고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독일,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등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 서쪽 끝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1만 4천 km 넘는 길을 갔다.

 

8월 3일 인천공항으로 돌아왔으니 횡단에 소요된 시간은 32일이었다. 탐사단원은 신문기자, 사진작가, 전문가, 청년 기업가를 포함한 9명이었고, 이와 별도로 5명의 가이드가 지역별로 교대하면서 탐사단원을 안내하였다.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동유럽과 서유럽 문명권을 지나다 보니 가이드가 많았던 것이다.

 

■ 유라시아 대륙이 변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은 인류 문명이 발생한 이후 문명의 중심지, 경제 중심지였다. 20세기 들어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로 등장한 이후 그 위상이 일시 흔들리기도 하였지만, 동아시아가 다시 흥기하면서 유라시아 대륙은 여전히 문명의 중심, 경제의 중심지로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유라시아 대륙 내의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동유럽, 서유럽 문명권 간의 위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데,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면서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화염산에서 찍은 단체사진
화염산에서 찍은 단체사진
■ 유럽이 반응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013년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한 이후 중국 중서부 지역의 출발지점이라 할 수 있는 시안에 삼성 공장이 건설되어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일대일로에 대한 유럽의 반응이 궁금하였는데, 독일 함부르크 해사박물관에서 중국의 일대일로를 주제로 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었고, 포르투갈에서는 외교부 관리들이 중국의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유럽이 반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일대일로 정책 현장인 중국 중서부 지역 현지 시장에서 일대일로 정책의 영향을 느낄 수가 없었다. 현지에서 만난 기업 컨설팅 전문가들은 현지 상인들이 일대일로 정책에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하였다. 

아마 일대일로 정책이 추진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정부 차원의 큰 정책이니 중국 중서부 지역의 시장 바닥에까지 영향을 미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이강국 시안주재 한국 총영사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해 지금보다 한국과 경기도가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화염산은 중국 서유기에 나와 유명해졌다.
화염산은 중국 서유기에 나와 유명해졌다.
■ 자원의 보고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중앙아시아

중국 서부 실크로드 지역은 매우 더웠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투루판 기차역에서 내리니 온도가 45였다. 마치 사우나탕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다음 날 서유기에 나오는 화염산을 가니 지열이 55였다. 

현지 가이드는 이렇게 더운 날씨를 주었지만 지하에 풍부한 자원을 주셨으니 하늘이 참 공평하다는 말을 하였다. 가이드 말처럼 중국 중서부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은 자원의 보국이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많이 매장되어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만난 전승민 알마티 주재 한국 총영사도 카자흐스탄의 석유와 천연가스에 한국과 경기도가 지금보다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였다.

 

중국 서부와 카자흐스탄은 열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도 간간이 도시가 나타날 뿐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넓은 벌판이 열차 좌우로 펼쳐졌다. 일행 중 한 명이 넓은 평원에 한국사람 10만 명만 이주시켜도 이 평원이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하여 같이 웃었다. 

한국의 위상이 달라진 지금 그 같은 이야기를 하며 웃을 수 있었지만, 80년 전 고려인들이 소련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하면서 추운 겨울, 이 넓은 벌판에 버려지다시피 한 고통의 역사를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금년이 고려인 강제 이주 80년이 되는 해라서 더욱 그 같은 생각이 들었다.

 

■ 경제 위기를 겪는 유럽

그리스, 로마 시대의 화려한 고전 고대시대가 지난 이후 유럽은 세계사의 변두리였다. 15세기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의해 시작된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은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굴기하기 시작하였다.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유럽은 전 세계를 식민지로 지배하였고 식민지에서 거두어들인 물자와 노동력은 유럽을 번성하게 하였고 그 번영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를 지배하던 유럽은 20세기 들어 미국이 패권국가로 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21세기 들어 유럽은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세계사에서 차지한 위상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화물열차.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화물열차.
■ 동아시아의 역동성, 중앙아시아의 성장, 그리고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

지금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교통로는 세 가지이다. 하늘길과 바닷길 그리고 철길과 도로로 이어지는 육로이다. 하늘길과 바닷길은 점에서 점으로 연결되는 교통로이다. 그러나 육로는 선으로 이어지는 교통로이다. 그래서 육로가 열리면 사람과 물자가 오가면서 도시가 새롭게 형성 또는 발달하게 되고 경유하는 지역의 경제가 발달하게 된다.

 

동아시아와 서유럽을 연결하는 이 길의 가운데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이 있다. 중앙아시아 경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연평균 무역 증가율이 20%로 서유럽의 8%보다 훨씬 높다. 동아시아의 역동성과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의 성장, 그리고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의 모습이 이번 길지 않은 탐사 기간에 느낀 소감이다.

 

■ 미래는 상상하는 것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 있는 대륙 국가이다. 그러나 1945년 분단이 되면서 섬나라가 아닌 섬나라가 되어 해양국가가 되었다.

1990년대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자본주의 국가로 변신하면서 한국은 다시 대륙 국가로 복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열차로 횡단한 유라시아 열차 탐사단의 이번 여정은 한국이 대륙국가로 복귀하는 현 시점의 상징적 모습의 하나로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는 상상하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는 준비하는 것이지만 먼 미래는 변수가 많아 준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미래는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면서 생각한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유라시아 대륙이 육로로 이어져 긴밀하게 연결되어 하나가 되면 경기도와 한국의 가까운 미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경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계속 증대되고 있는데, 중국이 유라시아대륙과 육로 연결되면 중국은 크게 성장할 것이고 그것이 경기도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경기도와 한국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대목이다.

 

화물이 가득 쌓여있는 우루무치 열차역 모습.
화물이 가득 쌓여있는 우루무치 열차역 모습.
다른 하나는 먼 미래에 대한 상상이다. 동아시아는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은 변화하고 있는데, 유럽은 상대적으로 현상 유지하고 있다. 이제 유라시아 대륙의 아시아와 유럽의 역학관계가 점차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5세기 대항해시대 이후 서유럽이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전 세계에 전파하면서 인류문명이 크게 발달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저지른 악행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그래서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할 균형 잡힌 유라시아 문명은 이전의 폭력이 되풀이되지 않는 서로 협력하여 발전하는 문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새로운 교역로가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만들어 줄 것이고, 하나가 되는 유라시아는 평화와 협력을 기본으로 하는 대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이 있는 것이다.

강진갑 경기대 교수 

후원: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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