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현역 군인이 살인 진드기에 물려 숨졌다. 포천 육군 8사단에 근무하는 현역 군인 A씨(43)다. A씨는 지난 11일 휴가 중 경북 울진에서 고열에 시달렸다. 인근 의료원을 거쳐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지 하루 만에 사망했다. 서울대 병원의 역학조사 결과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증후군(SFTS)으로 밝혀졌다. 살인 진드기에 물려 사망한 것이다. 포천에서는 한 달 전에도 70대 노인이 살인 진드기에 물려 사망했다.
올 들어 SFTS에 의한 환자는 115명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30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포천에서만 벌써 2명째다. 진드기를 매개로 감염된 병은 예방접종이나 치료약이 없다.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야외 활동이나 농작물 작업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야외 활동 후 발열 설사 구토 증상이 있을 경우 신속히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SFTS 발생에 대한 상황 전파와 경보 전달이 그만큼 중요하다.
본보가 포천지역의 예방ㆍ방역 활동을 확인했다. 엉터리였다. 70대 노인이 사망한 이후 살인 진드기 주의가 공개된 것은 한 달여 뒤다. 병원에서 인근 보건소로, 다시 포천 보건소로, 또다시 경기도 방역 당국으로 옮겨가며 정보 공개가 늦어졌다. 그 사이 사망한 노인이 거주하던 인근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경계감 없이 야외 활동을 했다. 늑장 공개 이유에 대해 ‘역학 조사’ ‘인사이동’ 등의 사유를 들고 있으나 말 안 된다.
더 황당한 대처는 엉뚱한 소독제 사용이다. 노인이 사망한 뒤 포천 방역 당국은 진드기 방역 소독을 했다. 그런데 이때 뿌린 약이 진드기 퇴치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디폐노파워’라는 약품인데 파리나 모기를 박멸할 때는 쓰는 소독약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황당한 방역 활동을 벌이는 와중에 현역 군인이 또다시 사망했다. 방역 당국은 이번에는 무슨 핑계를 댈 것인가. ‘군부대라 방역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할 것인가.
AI가 발생해 가금류 농가가 피해를 받았다. 그때마다 유통경로 차단 실패 등의 허점이 드러났다. 살충제 계란이 유통돼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여기서도 실태 파악 실패라는 문제가 드러났다. 진드기 감염병이 발생해 포천 지역민들이 죽어가고 있다. 역시 사람이 저지른 문제가 드러났다. 경보 전파에 늑장을 부렸고, 엉뚱한 모기약을 방역제라고 뿌려댔다.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포천 방역 당국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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