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日 상공 통과 미사일 발사] 도발 수위 높인 北… 괌 타격 능력 과시·한미일 동시 압박

김정은 ‘마이웨이’, 국제사회 고강도 제재 반발 해석
정상각도 발사… ICBM 대기권 재진입 시험 가능성
日 NHK 새벽 긴급 보도… 아베, 관저서 NSC 주재

충격 휩싸인 日 29일 새벽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가운데 도쿄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 정부는 일부 지역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긴급사태 속보를 휴대전화를 통해 송출했다. EPA 연합뉴스
충격 휩싸인 日 29일 새벽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가운데 도쿄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 정부는 일부 지역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긴급사태 속보를 휴대전화를 통해 송출했다. EPA 연합뉴스
북한이 29일 오전 중거리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북한이 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의 대형 도발에 따른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는 등 이번 미사일 발사에 다목적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군 기준으로 사거리 1천∼3천㎞의 미사일은 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분류되지만, 비행거리가 2천700㎞에 달한다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급으로 볼 수 있다.

■북한, IRBM급 발사… 괌 타격 능력 과시

일본 NHK 방송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일본 동북 지역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영토에 떨어진 미사일 낙하물은 일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이 홋카이도 동쪽 태평양에 떨어졌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낙하지점은 즉각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일 미군기지가 있는 괌에 대한 ‘포위사격’ 검토를 공언한 바 있다. 북한은 IRBM인 ‘화성-12형’ 여러 발을 괌 주변 해역에 떨어뜨릴 수 있음을 위협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고각발사로 쐈지만, 이번에는 비행거리와 최고고도 등으로 미뤄 30∼45도의 정상각도로 발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이 IRBM급 탄도미사일을 처음으로 정상각도로 쏨으로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마지막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용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로켓은 1998년 일본 상공을 통과한 바 있다.

■유엔 고강도 제재…국제사회 압박에 반발

북한이 국제사회의 잇따른 경고에도 대형 도발을 감행함에 따라 한반도 안보 정세는 또 한 번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26일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으로 미사일을 낙하하도록 한 것도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으면서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유사시 한반도 증원전력 출발지인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한 반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한다는 ‘마이 웨이’ 행보라는 것이다.

 

지난 21일부터 진행 중인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무력시위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목 없음-1 사본.jpg
■정부, 공격 편대군 실무장 폭격…강경 대응

정부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우리 공군 전투기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이날 오전 9시 30분경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북한 지휘부를 섬멸하는 공격편대군 실무장 폭격을 했다.

 

이날 임무에는 공군의 F-15K 전투기 4대가 무게 1톤의 폭탄(MK-84) 8발을 투하해 표적에 정확히 명중시켰다. 유사시 적 지도부를 초토화하는 공군의 대응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특히 이번 공격 편대군 실무장 폭격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신속하게 이뤄져 우리 군이 북한의 군사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도발 시 즉각 대량 응징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우리 군의 의지를 보여줬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고받고 이러한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정부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정부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연이은 전략 도발에 대해 신규 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해 국제사회의 엄중한 메시지를 발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한 데 대해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일본, NSC 소집…유엔 긴급회의 요구

일본의 NHK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접하고 오전 6시 2분께부터 ‘국민 보호에 관한 정보’라고 긴급 보도하며 견고한 건물과 지하로 피난해달라고 알렸다. 일본 JR동일본여객철도회사는 북한 미사일이 통과한 주변 지역인 도호쿠, 조에쓰, 호쿠신에쓰에서의 신칸센 열차 운행을 오전 6시쯤 임시 중단했다가 약 20여분 뒤 운행을 재개하기도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관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 해상에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폭거”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또 “지금까지 없는 심각하고 중대한 위협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현저하게 손상시켰다”면서 “북한에 대해 단호한 항의를 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개최를 유엔 측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국제사회와 연대해 북한에 대해 압력을 더욱 강화하도록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인 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