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군 부대 탄피 반출說, 사실이었다

부대찌개라는 것이 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음식이라는 어원에서 유래했다. 미군부대에서 반출된 소시지를 재료로 만든 음식이었다. 미군들이 먹다 버린 음식이라는 의미로 꿀꿀이 죽이라 불리기도 했다. 가난했던 시절의 씁쓸함이 묻어 있는 음식이다. 그때는 그랬다. 미군부대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품이 서민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런 기류에 편승해 형성된 1970년대 문화가 미군물품 반출이다.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미군 부대에서 다양한 군수품이 반출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달라졌다면 그 물품의 종류가 과거 식ㆍ의류에서 고가장비로 바뀌었다는 정도다. 지난 5월에는 주한미군 전투용 차량을 훔쳐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여전히 떠도는 소문 중에 탄피 빼돌리기가 있다. 미군들이 사용하고 나온 개인 화기나 포탄의 탄피가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미군 부대는 우리 경찰의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여기서 이뤄지는 물품 반출을 적발하는 것도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런 현장을 본보가 추적했다. 29일 오전 K-55 미군기지 앞에서 시작됐다. 미군 부대 입구를 빠져나온 5t 트럭의 뒤를 쫓았다. 안성 방면으로 한참을 달린 트럭이 도착한 곳은 공도읍의 한 고물상이었다. 이날 실려온 것은 3t가량의 신주 덩어리다. 시가로 1천만원 상당에 이른다.

본보의 추적은 지난 2014년에도 있었다. 캠프 험프리 미군 기지에서 컨테이너 100여 개가 반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컨테이너에는 철과 알루미늄은 물론 군복과 담요까지 발견됐다. 미군 부대에서의 물품 반출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다.

미군부대 관계자는 본보 취재에 대해 “지역 사회와 협력해 모든 폐기물과 재활용이 제대로 처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눈으로 확인된 탄피 처리 행위에 대해서는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다. 탄피는 군수품이다. 부대 외부로의 반출이 불가능하다. 탄약창으로 반납해 재생공장에서 재가공되거나 엄격한 절차를 통해 처리돼야 한다. 따라서 부대에서 직접 고물상으로 반출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적법하지 않다.

취재를 통해 우리가 조심스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탄피 반출 차량은 정상적인 근무 시간에 정상적인 입구를 드나들며 이뤄지고 있었다. 부대 내부 관계자의 협조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미군 부대와 외부 업체가 결탁한 불법 거래의 정이 농후한 것이다. 그 연결고리를 찾아 근절시키는 대책이 필요하다. 경찰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