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책의 수도 인천’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우리는 걸핏하면 인천이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에서 15번째, 아시아에선 3번째로 ‘2015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됐다고 자랑하지만 도서관 실태를 보면 그런 자부심은 한순간에 무색해진다. 도서관에 책을 진열하거나 따로 보관할 장서시설이 부족해 해마다 수만~수십만권의 귀중한 책을 버려야 할 상황이라니 씁쓸하다.
인천중앙도서관은 지난해 1만8천592권의 책을 내다 버렸다. 장서시설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다. 여기선 이같이 시대적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정신적 소산물인 수많은 책들이 버려지는 안타까운 일이 매년 벌어지고 있다. 인천발전연구원(인발연)이 지난해 11월 인천시로부터 의뢰받아 내놓은 정책연구과제인 ‘공동보존도서관 건립 및 운영방안’을 보면 한심하다.
시립도서관 8곳·시교육청 운영 도서관 8곳 등 16곳 중 10곳이 보유 책 수가 보존 가능한 책 수의 한계를 넘어선 걸로 조사됐다.(지난 6월말 기준) 당장 여유가 있는 미추홀도서관·청라호수도서관·청라국제도서관 등 5곳도 오는 2027년엔 모두 보존 공간이 부족할 전망이다. 또 이들 도서관에서 보존 가능 수를 넘어서는 책 수도 중복률 30%를 제외하고도 194만4천510권에 이를 걸로 예상된다. 이만큼의 책이 버려질 수밖에 없는 거다. 인발연은 이를 토대로 6천834㎡ 규모의 공동보존도서관 설립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인천시의 문화 인프라가 선진국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 기준에서 볼 때도 얼마나 형편없이 뒤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깨닫게 한다. 하지만 인발연의 연구과제가 나온 이후 9개월여가 지났지만 인천시는 공동보존도서관 설립에 대한 기본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다른 문화예술 사업 등에 밀려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구체적 논의는 아예 하지 못하고 있는 거다. 시가 올해 초 공동보존도서관 설립 부지로 봐둔 남동·계양·연수구 내 아시아경기장 유휴부지는 이미 다른 개발 사업들에 선점 당했다. 당장 설립 부지를 찾지 못해 관련 예산도 짜지 못할 실정이다.
흔히 지방행정기관은 경제 및 지역개발의 중요성을 내세워 도서관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다. 그러나 아이디어의 경쟁시대인 오늘날에 있어선 도서관 확충을 통한 사회 전반적 지적수준의 향상이야말로 이게 바로 경제개발인 거다. 또 지역민들이 도서관을 통해 자기 계발을 꾀한다면 그것이 바로 사회복지의 확대다. 도서관과 장서시설이 결코 단순한 공부방이나 서적 창고가 아니라 지역문화의 센터이고, 첨단정보의 서비스기관이며, 또 평생교육기관이기도 하다는 점을 깨달아 과감한 예산 투자를 해야 한다. 시민들의 친독서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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