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문화 근절, 경찰청 운전병 전면 폐지… “시대적 흐름” VS “긴급출동 문제” 갑론을박

일선 현장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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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장님이 달라졌어요”

 

경기지역 A경찰서장은 지난 1일부터 관사에서부터 자신의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 경찰서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출근을 하면서 그는 경찰서 정문을 통과해 여느 직원처럼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자신의 집무실로 향한다. 퇴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불과 며칠 전인 8월 말까지만 해도 운전병 의경이 운전하는 1호차 뒷좌석에 편하게 앉아 출퇴근하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다. 경찰서 현관에서 아침 저녁이면 1호차를 타고 내리는 서장을 수행하려던 직원들의 모습 또한 사라졌다.

 

또 다른 경찰서 B서장은 직원들에게 관사에서부터 걸어서 출퇴근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 이를 실천하고 있다.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으면 가족의 도움을 받겠다고 했다. C서장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찰서로 출퇴근하고 있다. 정부의 ‘갑질’ 근절에 따라 경찰청이 지난 1일부로 경찰 관용차 운전 담당 의경 제도를 전격 폐지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4일 경기남ㆍ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갑질문화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쇄신작업 추진에 따라 경찰청은 지난 1일부로 총경급 이상 지휘관을 비롯한 간부 직원 부속실에 근무하는 운전병 의경을 전면 철수시켰다. 이에 따라 경기남ㆍ북부청과 일선 경찰서에서 청장, 차장, 부장, 경찰서장의 운전 업무를 담당하던 운전병 53명이 112타격대 또는 자체경비중대에 배치됐다. 

경기남ㆍ북부청은 운전병 전면 철수에 따라 청장을 비롯한 간부 직원의 출장 및 현장점검 등 차량운행은 모두 부속실 직원이 맡도록 했다. 또한 일선 경찰서장의 경우, 서장이 직접 출퇴근을 하고 업무상 차량 운행 시 업무를 담당하는 기능(부서) 직원이 운전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 같은 경찰청의 운전병 전면 폐지를 놓고 일선 현장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긍정적이다’라며 반기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경찰서장은 기관장인데다 긴급히 현장에 나가야 하는 특수성이 있는데도 운전병을 폐지하는 것은 지휘하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장 운전병을 철수해 모든 서장이 알아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솔직히 잡음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만큼 미비한 점을 보완해 나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혁준ㆍ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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