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들이 또래 여중생을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으로 분노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미성년자의 형사처벌 수위를 감경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일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는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청소년들이 자신이 미성년자인 걸 악용해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성인보다 더 잔인무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며 부산 사하구 여중생 폭행사건, 대전 여중생 자살사건,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해당 청원엔 이틀 만에 10만명 넘는 누리꾼이 참여했다.
1일 부산에서 발생한 여중생 폭행사건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4명의 여중생이 여중 2학년인 피해자를 벽돌과 소주병, 알루미늄 사다리, 의자 등으로 1시간 30분 넘게 때려 피범벅이 되게 했다. 그런데 가해자 4명 중 1명은 만 14세 미만이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청소년 범죄가 크게 늘고, 갈수록 흉포화하자 이런 청소년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선 안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청와대 국민청원도 그런 취지로 미성년자의 형사처벌 수위를 감경할 수 있게 한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 소년범에게 최대 형량을 징역 15년으로 제한하는 소년법 특례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미성년자 유기ㆍ살인 등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법원이 20년형을 선고 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검찰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으로 기소된 김모(17)양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소년법의 취지는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통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미성년자임을 악용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갈수록 잔혹해지는 학교 폭력ㆍ청소년 폭력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년 이후 학교폭력 적발 및 조치결과’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찰에 적발된 학교폭력 사범이 6만3천여 명이다. 이 중 구속된 인원은 649명이고,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으로 법원 소년부에 송치된 인원이 5천838명에 이른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법을 악용하는 걸 방치해선 안된다. 잔혹 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소년법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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