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북한의 ‘비빌 언덕’이다. 러-북 연간 교역량은 1억 달러 선이지만 근래 그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러시아 갈루슈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지난해 “북한과의 교역량을 10억 달러 규모로 늘리는 것이 과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자리를 잡기 시작한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무시할 수 없다. 2015년에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150만t의 화물이 처리됐다. 비록 군사 부문이 빠지긴 했으나 양국 간 선린우호협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 러시아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다. 공식적인 목적은 동방경제포럼 참석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만든 기구다. 극동 러시아 지역을 러시아의 경제 수도로 개발하기 위한 그의 야심이 깃들여진 프로젝트다. 50여개국에서 4천명 이상이 참석하고 26개국에서 정부 대표를 파견한다. 북한에서도 김영재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 정부 경제 대표단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게는 이번 방러가 갖는 의미가 따로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에 러시아의 동참을 끌어내는 일이다. 오는 11일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결의안을 표결한다. 북한에 대한 석유 금수 조치와 노동력 동결 조치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결의안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조짐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감지되고 있다. 지난 4일 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 등을 유엔 안보리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핵 문제는 오로지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동안의 원칙적 입장과 다르지 않은 답변이다.
이 부분을 분명히 짚고 돌아와야 한다. 북한과의 교역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하고, 11일 안보리 결의에서 우리 측 입장에 동의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 외교’만을 쳐다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일본 아베 총리와의 통화,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통화가 실시간 공개되면서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속 시원한 결론을 얻어냈다는 소식은 드물다. 4일 밤에 이뤄진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이뤄진 우리 군의 미사일 탄두 중량 해제 정도가 유의미한 결실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우리에게 러시아는 중국과 다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중국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훨씬 당당해져도 된다. 문 대통령의 당당한 방러 외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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