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배구 ‘미다스의 손’ 수원전산여고 박기주 총감독 “오로지 열정·사랑으로 가르칩니다”

16년째 팀 이끌며 대회 단골 우승… ‘배구 명문’ 일등공신
여자배구 아이콘 김연경·한유미 등 수많은 국가대표도 배출
올해 졸업예정 제자 4명 모두 원하는 프로팀 지명 큰 보람

▲ 박기주 감독
“우수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지도자의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6년 동안 수원전산여고 배구팀의 사령탑을 맡아 ‘배구 명문’으로 이끌고 있는 박기주(51) 감독은 고교배구에 ‘마이더스의 손’으로 통한다. 1994년 고려증권에서 선수생활을 마친 후 담배인삼공사(현 KGC인삼공사)와 흥국생명 코치를 거쳐 2002년 수원전산여고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한국 여자배구의 ‘아이콘’ 김연경(상하이)과 한유미(현대건설), 한송이(KGC인삼공사), 황연주(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 배유나(한국도로공사), 표승주(GS칼텍스) 등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를 키워냈다.

 

2009년 성인 여자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2010년과 2011년 청소년대표팀 감독, 2012년 유스대표팀 감독, 2016년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박 감독은 그동안 수많은 국제무대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우수선수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수원전산여고에서 제자들과 수집한 우승 트로피만 20여 개. 우승을 너무 많이 해 정확한 횟수를 파악할 수 없다는 박 감독은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에 대해 “선수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배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과 종일 붙어다니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관리한다. 컨디션, 심리상태 등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내 어린 선수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나의 엄격함 때문에 우리 팀에 오는 것을 꺼리는 선수들도 있다. 때론 자성도 하면서 시대 흐름에 맞게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훈련 강도가 높은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지만, 선수들에게 기량보다 인성을 더 중요시한다. 훈련 중 실수를 범할 때보다 젓가락질부터 인사법, 숙소생활, 생활자세 등이 흐트러지면 더 큰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다. 

그는 “최근 프로배구 드래프트를 보더라도 선수 지명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선수들이 배구로 성공 못 하더라도 어디에서든 누구보다 잘 적응하고 융화될 수 있도록 인성과 인내를 늘 강조한다”라며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교사로서 선수 개개인의 미래를 먼저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박 감독의 배려 덕에 수원전산여고는 지난 11일 열린 프로배구 드래프트에서 165㎝의 단신인 한수진이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된 것을 비롯해 드래프트에 참가한 졸업예정자 4명이 모두 프로팀의 지명을 받았다.

 

박 감독은 “제자들이 원하는 학교와 팀에 입단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며 “하지만 팀에 신경 쓰느라 내 자식들은 어떻게 컸는지도 잘 모른다.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음에도 반듯하게 자라준 두 딸과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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