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도 기술자 고령화, 고민해야 할 때다

-경의중앙선 추돌 기관사 사망 사고-

또 철도 사고가 났다. 13일 새벽 4시50분 양평역~원덕역 구간에서 발생했다. 시운전하던 전기 기관차가 앞에 멈춰 있던 또 다른 시운전 기관차를 뒤에서 추돌했다. 뒤에서 추돌한 기관차 기관사가 숨졌다. 두 차에서 작업하던 기술자 6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3명은 중상이다. 사고가 나면서 이 구간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가 오전 7시35분부터 재개됐다. 국토 교통부는 감독관 등을 현장에 파견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 5월과 6월, 노량진역과 광운대 역에서 근무 중이던 철도 근로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7월에는 달리는 무궁화호 객실로 10㎏짜리 쇳덩어리가 날아들어 유리창이 파손됐다. 또 부산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던 KTX 열차가 선로 위에 멈춰서는 사고도 있었다. 국토부가 밝힌 올 상반기 철도 운행장애는 118건이다. 지난해보다 27건이 늘었다. 이 때문에 숨지거나 다치는 승객과 철도 근로자들의 수가 계속 늘고 있다.

이번 경의중앙선 추돌 사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차량 결함일 수도 있고, 철도 기술자들의 실수일 수도 있다. 그 결과를 떠나 우리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기하려는 문제가 있다. 바로 철도 기술자들의 고령화다.

철도 근로는 어렵고, 거칠고, 위험하다. 전형적인 3D 직종이다. 여기에 인건비 절감을 위한 격무까지 겹쳐 있다. 다른 분야 같았으면 벌써 값싼 외국 노동력이 채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특성상 그럴 수도 없다. 결국, 철도 기술진 전체의 고령화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전기철도 전문기술자 중 50ㆍ60대 비중이 52.9%에 달한다. 대기업의 ‘40대 명퇴’라는 시류와 비교하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더 걱정은 앞날이다. 현재 운영되는 철도 기술자 양성 기관은 특성화 고등학교와 대학을 포함해 13개다. 이마저 교육 커리큘럼이 현장 기술 습득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전기철도 분야 국가기술자격 보유자 수도 갈수록 줄고 있다. 전기철도산업기사 자격 같은 경우 취득자가 2014년 4명, 2015년 8명, 2016년 5명에 불과하다. 철도 기술자들의 고령화가 심각한데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이런 지적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었다. 철도 기술자 7명이 숨지고 다친 이번 경의중앙선 사고를 계기로 철도 기술자들의 고령화와 수급 불균형 문제에 근본적 해결책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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