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찬밥 먹는 아이들 “우리도 따뜻한 급식 먹고 싶어요”

일부 학교 배식차 보온·보냉 기능없어 식은 채로 제공
도내 이동급식 24.5%… 수원시는 초교 절반이상 달해
도교육청 “여건되는 학교부터 식당 만들고 대책 강구”

지난 15일 낮 12시께 수원 권선구의 한 초등학교. 이 학교에는 식당이 따로 없는 탓에 아이들 급식이 교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명 ‘배식차’라고 불리는 장비를 이용해 음식을 교실까지 운반, 아이들은 교실 각자 자리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음식을 운반하는 배식차에 보온·보냉 기능이 없어 반찬 등이 식은 채로 아이들에게 제공되고 있었다.

 

학부모 P씨(42)는 “한참 자라나는 아이에게 식은 밥을 먹일 수밖에 없다니 어이가 없다”며 “차라리 보온 도시락이 훨씬 안심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부모 K씨(47) 또한 “학교 급식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다 보니 힘든 것은 알지만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아 아이들이 찬밥을 먹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경기도 내 일부 학교에서 보온·보냉 기능이 갖춰지지 않은 급식시설로 인해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식사가 제공되지 않고 있어 학부모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17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수원시내 초등학교 절반 이상인 51곳에서 이동급식(반별배식)을 실시하는 등 열악한 급식 여건을 갖추고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각각 19곳, 4곳이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뿐만 아니라 경기도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내 전체 학교 2천367곳 중 582곳, 약 24.5%에 달하는 학교가 교실에서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3곳 중 1곳 꼴(1천237곳 중 415곳)로 이동급식을 진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학부모들은 혹시 모를 식중독 등의 위험까지 우려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이동급식에 사용되는 배식차 중 보온·보냉 기능이 있는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최대한 음식이 식지 않도록 미리 배식하지 않고 교실이 먼 곳은 거리를 계산해 시간을 조절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보온·보냉을 유지한 채로 배식을 하는데 어렵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밥, 국 등은 이중 덮개를 이용해서 식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한 시간 조절을 잘해 아이들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예산 등 여건이 되는 학교부터 식당을 짓는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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