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혼란만 부른 사립유치원의 변덕

한유총, 오늘 예정된 집단휴업 강행·철회 오락가락
학부모는 연차 신청했다 취소 등 주말내내 애간장
어설픈 정부 대응 도마위… “확고한 매뉴얼 필요”

▲ 최정혜 이사장(왼쪽 세번째) 등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휴업, 휴업 철회, 휴업철회 번복 등으로 학부모와 국민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에 사과한다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한유총은 18일 및 25일 휴업 없이 정상적인 유치원 운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 최정혜 이사장(왼쪽 세번째) 등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휴업, 휴업 철회, 휴업철회 번복 등으로 학부모와 국민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에 사과한다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한유총은 18일 및 25일 휴업 없이 정상적인 유치원 운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18일 예정된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을 놓고 주말 동안 세 차례나 ‘철회’와 ‘강행’ 입장을 반복하는 등 아이들을 볼모로 한 행태를 보여 공분을 사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어설픈 대응까지 더해지면서 학부모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특히 ‘집단 휴업’이라는 급한 불을 껐지만 재정지원 등 사립유치원 측이 주장하는 사안들이 단기간에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보육대란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17일 교육부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 등에 따르면 교육부와 한유총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달 18일과 25~29일 예정한 집단휴업 결정을 전격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사립유치원이 요구한 유아학비 지원금 인상에 대해 노력하고, 감사 문제와 관련해 사전교육과 지도점검을 병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한유총은 다음 날인 16일 새벽 “양측이 합의한 ‘공·사립 구분 없는 평등한 학부모 지원방안 마련’ 등의 내용이 빠져 있었다”며 예정대로 집단휴업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교육부는 같은 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사립유치원을 상대로 감사·유치원 폐쇄 등 엄정조치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유총은 이날 밤 돌연 “집단휴업 철회에 나서겠다”며 또다시 입장을 바꿨다. 이들은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업을 철회하게 된 이유는 교육부가 한유총을 유아교육정책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정책참여를 보장했다”면서 집단휴업 철회 방침을 재차 설명했다.

 

이같이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이라는 사안을 두고 휴업 철회와 강행, 또다시 철회 결정이 반복되자 학부모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주말 동안 이어진 이 같은 한유총의 행태로 맞벌이 부부들은 18일 연차를 놓고 주변 지인들과 상의하는가 하면 자신들이 다니는 회사에 연차 신청 및 취소를 반복하는 등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학부모 A씨는 “유치원이 월요일(18일)에 집단 휴업에 나설 것 같아 연차를 신청했다”면서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를 위해 아이들을 볼모로 한다는 것 자체가 지탄 받아야 할 행태”라고 지적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휴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사립유치원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자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명단작성을 제안한 학부모 B씨는 “우리끼리라도 휴업하는 강경파 사립유치원 명단을 만들어 내년 유치원 보낼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경기도교육청 자유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학부모는 “아이를 유치원에 인질로 잡힌 학부모들은 언제 또 일방적으로 당할지 모른다”면서 “확고한 시스템과 매뉴얼을 정착시켜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사립유치원연합회 한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학부모들에게 그동안의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정통신문 등을 만들어 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한유총이 ‘집단휴업’ 철회 결정을 내렸지만, 학부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체제에 돌입하는 등 돌발상황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한유총의 집단휴업 철회 방침으로, 도내 사립유치원 1천98곳은 18일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측이 주장하는 국·공립유치원 증설 중단과 재정지원 확대 등은 정부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렵거나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 아닌 만큼 ‘보육대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김규태·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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