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초보 力士’ 박주남씨, “두 아들에게 자랑스런 아빠 모습 보여주고싶어 바벨을 잡았다”

▲ 박주남
▲ 박주남

“사랑하는 창진아, 성진아 자랑스런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께.”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역도 남자 88㎏급 OPEN(절단 및 기타장애)에 경기도 대표로 출전해 10위에 머문 박주남씨(35ㆍ경기도장애인역도연맹)는 역도에 입문한 지 9개월 밖에 안된 ‘초보 力士’다. 박씨는 지난 2003년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하다가 전역 1개월 여를 앞두고 해안근무 중 발목지뢰를 밟아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를 잃는 시련을 맞이했다.

 

스물 한살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4년이 넘는 기간동안 술에 의존하며 실의에 빠져있던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하루빨리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평소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던 헬스와 사회인야구 등으로 스포츠 활동을 지속했다. 불편한 몸으로 비장애인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장애인체육에 대한 정보도, 접근하는 방법도 몰랐기에 취미로 간간히 운동을 즐겼다.

 

그러던 중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직원의 소개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게 됐고, 지난해 ‘장애인체육 영재 발굴 육성사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박씨는 “처음에는 장애를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한다는 점이 꺼려져 장애인체육에 입문하기까지 쉽지가 않았다”며 “하지만 8살과 4살 난 두 아들을 위해 뭔가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컸고, 아이들에게 자랑스런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각종 측정과 전문가의 분석 등을 통해 양궁과 사격 등 정적이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종목을 추천 받았지만, 여러 운동을 직접 체험한 박씨는 지난해 12월 좀더 신체를 활용하고 역동적인 운동을 찾은 끝에 역도 종목을 선택했다.

 

운동 시작 후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그는 “무엇보다 자신감이 크게 올랐고,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고민하는 등 긍정적으로 생각이 변했다. 사고 후 외상후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앓았었는데 이제 많이 좋아졌다”며 “장애를 입은 후 나 자신을 먼저 챙기는 이기심이 있었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함께 운동하는 분들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보니 남들 보다 한 발 더 움직이면서 돕고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배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씨는 “아직은 시작 단계라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목표와 욕심이 커졌다. 열심히 운동해서 다음 대회에서는 아이들에게 꼭 메달을 걸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불의의 사고로 인한 좌절을 딛고 역도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며 두 아들에게 강인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에게는 이미 금메달보다 더 값진 아버지의 참모습이 걸려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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