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형찬 서울예대 교수 에세이 <죽음을 읽다> 펴내

▲ 표지 죽음을 읽다
▲ 표지 죽음을 읽다
가을에 죽음을 사유하라…백형찬 서울예대 교수 에세이 <죽음을 읽다> 펴내

한 소년은 어린 시절 인천 자유공원에서 관상 보는 노인에게 “쉰 살을 넘기기가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두려운 마음이었을까. 집으로 돌아간 소년은 필통 속 연필 깎는 칼로 끊긴 손금을 파면서 피를 봤다. 아이가 마주한 죽음의 첫 이미지다. 다행히 관상쟁이의 말은 들어맞지 않아 소년은 환갑을 앞두고 있지만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하다. 소년은 줄곧 죽음에 대한 글을 읽고 쓰고 말하며 천착했다. 급기야 책 <죽음을 읽다>(이상북스 刊)를 펴내며 독자들에게 죽음을 공부해 더 행복한 삶을 살라고, 죽음과 친구가 되어보라고 권한다.

 

저자는 백형찬(60) 서울예대 교수다.

 

그는 고려대학교에서 생명과학을 공부,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예대에서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수필가로 등단해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다. 저서로는 <예술가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예술혼을 찾아서>, <예술예찬> 등이 있다.

 

이번 책은 백 교수의 연구실에 유난히 많은 죽음과 관련된 책들, 그것에 담긴 천 개의 사색과 문장을 골라 담았다. 노자와 장자 등 동양 철학자, 소크라테스나 플라톤과 같은 서양 철학자도, 종교인과 예술가 그리고 평범한 모든 사람들이 생각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2천 년 전부터 현재까지, 각기 다른 시공간에 발을 디뎠지만 함께 삶과 죽음을 고민한 수많은 이들의 깊은 사유와 명문장은 흑백일 것 같은 죽음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빚어내면서 독자 역시 사색하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죽음에 대한 글은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살랑이고, 여름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가을 하늘처럼 맑디맑고, 짙은 회색빛 겨울 하늘같이 차갑다. 백 교수는 이 다양한 글에 직접 촬영한 사진을 곁들여 더 가깝게 다가서도록 이끌고 있다.

 

짧지만 긴 사유를 안길 만한 글이 그득해 성큼 다가온 가을에 펼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값 1만5천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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