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을 비롯해 전국에서 연이어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등 소년범들에 대한 계도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경찰서들에서 마련한 선도프로그램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인천 경찰에 따르면 현재 관내 일선 경찰서에서는 소년범에 대한 선도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재범 방지를 위해 자체적인 선도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통상 선도프로그램은 경찰학교 등 경찰 내부에서 이뤄지는 자체 선도 프로그램과 외부에 위탁해 진행하는 ‘사랑의 교실’ 두 가지다.
일선 경찰은 학교폭력 등 청소년 범죄에 대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선도프로그램을 권유할 수 있다.
문제는 선도프로그램의 경우 강제성이 없어 소년범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인천지역 내 소년범 수는 3천325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선도프로그램에 동의해 자체선도프로그램에 넘겨진 수는 353명이다. 이중 실제로 자체선도프로그램을 이수한 수는 341명에 불과하다.
외부에 위탁해 이뤄지는 ‘사랑의 교실’ 역시 292명을 연계해 265명이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전체 소년범 중 18%만이 선도프로그램을 이수한 셈이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법적으로 아이들에게 강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우리도 아이들에게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해뒀으니 어떻게든 듣게 해서 아이들이 바른 길을 걷길 바라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청소년 심리 전문가인 A교수는 “소년범들의 경우 제대로 된 교화 프로그램만 있어도 재범률을 현저히 떨어트릴 수 있다”며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아이들은 선도프로그램을 권유하면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 부모들도 그렇고 아이들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차라리 이런 부분을 강제하게 되면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내실있는 내용으로 구성했을 때 오히려 아이들을 계도하는데는 더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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