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하여 둘러본 열차의 주 승객들은 송도역 부근의 열린 장터에서 농산물들을 팔기 위해 월곶과 달월 등에서 온 아주머니들이 다수였다. 아마도 이분들에게는 생계를 위해 힘들게 거둬들인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을 것이다.
협궤열차는 한국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도 협궤열차를 운영하는 국가들도 많다. 한국에 협궤열차를 부설했던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인도, 남아공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이 협궤열차를 폐쇄하지 않고 운영하는 것은 개선하여 운영해 나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스위스를 들 수 있다. 스위스는 관광대국으로 산악열차인 협궤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스위스가 표준궤열차 대신 협궤열차를 운영하는 것은 아무래도 경사가 가파른 지형적인 조건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스위스를 찾아온 외국 관광객들에게 스위스의 자연 풍광도 풍광이지만 가파른 산악을 오르는 협궤열차의 탑승 경험도 하나의 즐길 거리라고 볼 수 있다면 협궤열차가 갖고 있는 가치는 상당하다.
수인선의 협궤열차는 1995년 12월31일로 운행이 중지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협궤열차는 우리에게 아픈 역사를 상징한다. 일제강점기 동안 이천과 여주 등지의 미곡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한 화물노선을 목적으로 부설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협궤열차가 갖고 있는 아픈 역사일지라도 역사와 문화의 가치는 고려되지 못하고 오직 수익성과 효율성만이 가치 기준이 되어 우리 곁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모든 가치 기준을 경제성으로만 판단하는 우리 사회는 현재진행형이다.
중구의 동화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한 주차장을 만들겠다는 목적 하에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애경사라는 건물이 제대로 평가조차 받지 못한 상태로 철거당한 일은 인천사회에 충격을 안겨 준 사건이었다. 이처럼 깊게 내다보지 못한 상태에서 철거당한 애경사 100년의 역사는 우리가 얻고자 발버둥 친다 해도 얻을 수 없는 역사와 문화가 벽돌 하나하나에 각인되어 있었다.
과거가 허름하고 낡았다 할지라도 그 안에는 역사가 있고 그 시대를 견뎌낸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철거가 아니라 재생을 통해 오늘과 미래로 연결시켜내야 한다.
인천시는 미래의 비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가 파괴되고 철거되는 상황에서 무슨 비전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다. 협궤열차는 20여 년 전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아직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메마른 팍팍함만이 인천을 미래를 상징할 것이다.
곽경전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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