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보너스는커녕 피 같은 우리들의 임금을 구경이라도 한번 해보는 게 소원입니다”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올 상반기 일용직근로자로 근무했던 P씨(27)는 다가오는 추석명절이 두렵기만 하다. 추석이 불과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난 6월 못 받은 2개월치 임금 400여만 원을 지금껏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당시 P씨 등 일용직근로자를 고용한 일명 오야지로 불리는 개인건설업자가 근로자들에게 줄 노임 3천만 원을 가지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P씨와 함께 일한 동료근로자 12명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이들로부터 진정서를 제출받아 현재 개인건설업자의 뒤를 쫓고 있다. P씨는 “하청업체에서는 개인건설업자에게 임금을 지급했다며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해 13명 모두 속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라며 “부모님께 조그만 선물이라도 사드리고 싶은데 차마 뵐 면목이 없어 추석에 고향에 내려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울먹였다.
평택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다니는 K씨(49) 등 근로자 5명도 다가오는 추석이 야속하기만 하다. 각자 700만~1천만 원씩 총 4천만 원을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 K씨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아들, 딸에게 용돈이라도 줘야 하는데 가장으로써 무능력한 모습을 보여 괴롭기만 하다”라며 “땀 흘려 일한 대가를 달라고 외쳐도 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산의 한 휴대폰 제조업체 근로자 3명도 임금 800만 원을 받지 못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청 문을 드나들고 있다.
민족 고유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따르면 경기지청 관내인 경기 남부지역에서 올 들어 8월 말 현재까지 근로자 3만 4천301명이 1천470억 3천여만 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오는 29일까지 ‘체불임금청산 집중지도기간’으로 설정하고, 체불임금 청산활동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경기지청은 올 들어서만 근로자들의 임금을 체불한 악덕 사업주 2명을 구속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악의적인 체불사업주에 대해서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도록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내세운 바 있다.
정성균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은 “개인건설업체와 하청업체 등의 농락으로 힘없는 근로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라며 “근로자들이 가족과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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