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행사] 고유별다례

정조대왕께 다례(茶禮)를 바치오니 수원화성문화제를 축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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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오후 5시 수원 화성 화령전에 많은 시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정조대왕의 어진 앞에 차려진 제사상을 중심으로 6명의 헌관(獻官ㆍ나라에서 제사를 지낼 때 임시로 임명되는 사람)이 줄지어 섰다. 이들은 집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정조대왕에게 네 차례 절을 올리고, 향을 피웠다. 이어 초헌관(제례에서 삼헌을 할 때 처음으로 술잔을 올리는 사람)을 맡은 염태영 수원시장이 임금이 마시던 ‘어용차’가 담긴 찻잔을 들어 제사상에 올렸다.

 

독축관(讀祝官·축문을 읽는 사람)이 축문을 읽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단군기원 4350년 8월 경술 삭 21일 신해/대한민국 수원시장 염태영 고하나이다/팔달 산하 천하 명당/맑은 물과 밝은 기운이 신선하고 아름다운/장대한 화성행궁에 이제/제54회 수원화성문화제를 개최하고자 하오니/천지신명이시여, 대왕이시여/행궁 화령전에 엎드려 고유하나니/부디 면절하지 마시옵고 가상히 여기시어/아름답고 행복한 축제가 되도록/축복해 주시옵소서/정성으로 삼가 고하나이다/흠향하소서.”

 

천지신명과 정조대왕에 9월 22~24일 열리는 ‘제54회 수원화성문화제’의 시작을 알리고 성공을 기원하기위해 개최한 ‘고유별다례(告由別茶禮)’의 모습이다.

 

다례(茶禮)는 신과 사람에게 차를 달여 바침으로써 공손함과 예절을 표현하는 의식이다. 별다례(別茶禮)는 제사 의무가 없는 특별한 날, 술과 차로 함께 지내는 제를 말한다.

 

이번 고유별다례는 앞서 2007년 수원화성운영재단 출범 등을 알리기 위해 진행한 이후 10여 년 만에 열렸다. 특히 올해는 수원화성문화제에서 222년만에 정조대왕 능행차를 전 구간 완벽 재현하는 것을 기념해 더욱 특별하게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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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별다례는 헌다관 및 제집사가 입취위하는 ‘입취위’와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관세례’로 시작해 영혼에 예를 올리는 ‘참신례’, 헌관이 분향 강신하는 ‘분향강신례’, 초헌관이 작헌하는 ‘초헌례’, 촉문을 읽는 ‘독축’, 아헌관이 작헌하는 ‘아헌례’, 종헌관이 작헌하는 ‘종헌례’, 헌다관이 차를 올리는 ‘헌다례’, 혼백이 흠향하는 ‘유식’, 혼백을 배웅하는 ‘사신례’, 의식의 끝을 알리는 ‘예필’ 순으로 진행됐다.

 

초헌관에는 염태영 수원시장이, 아헌관에는 김진관 수원시의회 의장이, 종헌관에는 김훈동 수원화성문화제 시민추진위원장이, 헌다관에는 조명자 수원시의회 문화복지교육위원장과 신현옥 수원화성문화제 시민추진부위원장이 참여했다.

 

수원화성예다교육과 한국전통주연구소, 궁중음식연구원, 수원국악예술단, 예문관 등에서 제사상에 오르는 차, 술, 음식은 물론 의상, 음악까지 모든 과정을 <국조오례>와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에 근거해 준비했다. 모든 의식이 끝난 뒤에는 기념 촬영과 함께 시민들이 음식과 술, 차를 맛볼 수 있는 시간도 진행했다.

 

화성에서 왔다는 최연숙(55·여)씨는 “정조대왕에게 제를 올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다. 진귀한 행사를 볼 수 있어 영광스럽다”며 기뻐했고, 수원이 고향이라는 추한민(28)씨도 “종묘제례만 있을 줄 알았지, 고유별다례라는 것이 존재하는 줄을 몰랐다. 정조대왕께 올려진 차를 먹으니 남은 한해가 잘 풀릴 것 같다”고 웃었다.

 

초헌관으로 참여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올해 문화제에서는 정조대왕 능행차를 전 구간 재현하는만큼 정조대왕 어진 앞에서 수원화성문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고유별다례를 진행했다”며 “시민들이 직접 기획부터 진행, 평가까지 참여하는 만큼 더욱 풍성한 문화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유별다례는 (사)수원화성예다교육원이 주관하고 경기일보, 수원시, 수원문화재단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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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송시연기자 사진_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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